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적용 대상기업의 10곳 중 9곳이 ‘화학원료 수입 차질’, ‘신제품 출시 지연’ 등 화평법이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최근 화평법 적용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화평법 시행에 따른 기업 애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1.4%가 ‘화평법이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답했다고 27일 밝혔다.
영향이 있는 부분으로는 ‘화학원료 수입 차질’(50.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신제품 출시 지연’(25.7%), ‘연구개발 지연’(23.6%) 등을 꼽았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는 “화학물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국외제조자로부터 성분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받지 못할 경우 화학물질 보고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성분정보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화학원료 수입 중단, 거래선 변경, 대체물질 개발 등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외제조자 입장에서도 원료를 또 다른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아서 제조하는 경우 성분을 모르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성분정보는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보고가 불가능한 물질이 있다는 것이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자는 내년부터 화학물질명, 용도, 양 등을 정부에 매년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 대상은 연간 1톤 이상의 기존화학물질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화학물질을 수입하는 자는 국외제조자로부터 수입 화학제품의 거의 모든 성분정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화학물질이란 유해성심사를 이미 받은 물질로 정부에서 고시한 화학물질이다.
대한상의는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는 보고의무가 없고, 일본은 혼합물의 10%미만 함유 화학물질은 보고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주요국의 사례처럼 보고의무 대상범위를 축소하거나 보고가 불가능한 물질들은 국외제조자로부터 규제대상물질 포함여부만 확인하는 등의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화평법 의무사항 중 ‘등록의무’에 대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화평법 이행업무 중 가장 크게 부담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등록대상기존화학물질 등록(53.3%)’과 ‘신규화학물질 등록(46.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등록에 소요되는 예상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1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24.5%, 1000만원에서 1억원미만으로 답한 기업인 22.5%, 1000만원 이하라고 답한 기업이 53.0%로 집계됐다. 과거 유해물질관리법에 비해 화학물질을 시험하는 항목이 대폭 늘어 시험비용이 증가했고 협의체를 운영하는데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평법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으로는 조사대상기업의 50.7%가 ‘서류작성 애로’를 꼽아 행정부담 완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1개 물질 당 서류를 작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2주 정도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서류의 개수를 줄일 게 아니라 소량의 R&D물질에 대해서는 서류 없이 등록을 면제하는 차등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주요국에서도 톤수에 따라 규정을 다르게 두고 있으며 유럽은 1톤 미만의 R&D물질은 서류 없이 면제하고 있고, 일본은 모든 R&D물질에 대해서 서류 없이 면제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보고의무 대상범위 축소, 등록비용·기간에 대한 부담 완화, 소량의 R&D물질 서류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화평법 개선 건의서’를 지난 20일 환경부에 제출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