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과잉공급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주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건설업체들의 물량 조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건설 업체들이 당장 내년부터 분양 물량 조절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만 가구 넘게 공급하며 주택업계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는 H사를 비롯해 다수의 대형 및 중견 건설업체들이 내년 분양 물량을 크게 줄일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대형 업체들은 물론, 중견 업체들의 분양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 올해가 끝나려면 4개월이나 남았지만 많은 업체들이 벌써부터 내년 물량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건설업체들이 물량 조절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단기간에 늘어난 물량에 수요까지 줄며 시장 침체가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하반기들어 7, 8월 두달 동안 전국 아파트 분양 단지는 총 133개 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5곳에서 58곳, 77.3%나 급증한 수치다. 미분양 물량 역시 지난 4월 2만8093가구에서 7월말 기준 3만3177가구로 석달 새 5000가구 넘게 늘었다.
이처럼 급격히 공급이 늘어난데다 주택시장 곳곳에서 상승세에 대한 한계 신호가 감지되면서 공급자도 빠르게 물량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중견 업체인 I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기존 주택 거래는 물론, 분양과 경매 등 주택시장 전 분야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가격이 오르는 등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며 "당초 내년까지는 이 분위기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급물량이 워낙 많은데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규제를 다소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승세가 꺾이는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해 내년에는 물량 공급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 지나자 분양이 다시 활발해 지고 있다. 하지만 공급 과잉과 시장 불확실성으로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시장이 연초에 비해 한산해 졌다. 사진/김용현 기자
내년 공급 물량을 줄이는 대신 연내 보유물량을 최대한 털기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조사결과 당장 다음 달에만 6만6200가구의 분양이 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 동안 9월 평균 분양물량인 2만2696가구의 3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하지만 이역시 수요자들의 주택구매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 물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년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관망세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대내외적인 악재와 공급과잉 우려, 미분양 증가, 향후 가계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불안 요인으로 수요자들도 시장 향방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신규 분양물량이 많은 수도권은 기존 주택에 대한 관심도 줄어드는 등 수요자들의 관망 움직임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