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 측의 두 번째 재판에서 '증거 제출'을 두고, 이 전 총리 측과 검찰 측이 날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번에는 성 전 회장이 비서진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방 대화 내용의 증거채택이 쟁점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장준현) 심리로 1일 열린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총리 측 이상원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증거 전체에 대해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며 검찰 측을 압박했다.
이날 검찰 측은 이 사건 당일인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비서진들과 주고 받은 메시지들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 대화방은 성 전 회장이 비서진들과 의원실 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했다"면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물적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이 증거자료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에 경향신문 이모 기자와 통화한 내용과 일치하고 다른 객관적 자료와도 일치한다"면서 "사건 당일 성 전 회장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날 하루치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이 대화방 메시지 자료는 단지 4월4일에 성 전 회장이 부여 선거사무실에 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전부를 확인하겠다고 맞받았다.
이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은 직원들과 대화방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면서 "그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 대해서 금품을 공여했다는 언급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성 전 회장이 사망한 후 여론에 크게 보도됐기 때문에 대화방에 참여한 비서진들끼리 그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4월4일 하루치 외에 검찰 측이 확보한 메시지 전부에 대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대화방 메시지가 이 사건의 유일한 물증이 아니다"며 "제출하는 것 외에 나머지 부분은 개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라서 증거로 제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또 "수사기록 중 일부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상태라서 그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어떤 수사를 했는지 등을 모두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누락된 부분에 대한 증거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 측은 "누락된 부분은 검찰의 내부 검토 문서이고 이 사건 입증과 관련 없는 자료"라며 "본건 입증에 필요한 모든 수사시록은 이미 기재했고 열람등사도 전부 허용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대화방 메시지'와 '수사기록 일부 누락'에 대한 이 전 총리 측의 열람등사 허용 여부에 대해 "변호인이 요청하는 자료 열람을 허락하고 검찰의 동의 하에 관련성 있는 자료들을 부분적으로 제공해도 될 것 같다"면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검찰 입장에서도 낫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한장섭(50) 전 경남기업 부사장 등 14명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성 전 회장과 통화한 경향신문 이모 기자에 대한 증인신청 채택 여부는 다음 기일에 결정된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재보궐선거를 앞둔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성 전 회장에게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하다 취임 두 달여만에 결국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1차 공판준비기일인 지난 7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상원 변호사가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