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 · 유휴공간 · 문화콘텐츠, 소셜 하우징 개발 사업, 공동체형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 스토리텔링 콘텐츠 사업.
이는 사회적 기업 ‘아이부키’가 취급하고 있는 사업이다. 아이부키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첫 대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부키’ 홈페이지. 사진/바람아시아
그런데 점점 어렵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일까? 분명 서울시 사회적 기업 명단(서울시는 사회적 경제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만족한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하여 그 명단을 배포하고 있다.)에서 본 아이부키의 사업내용은 ‘교육콘텐츠의 개발’이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서 아이부키가 지향하는 것들, 목표로 하는 것들은 위에 제시된 것처럼 더 다양했다. 과연 이곳은 어떤 일을 하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은 채로 중구에 있는 아이부키 사무실로 향했다.
기획조정 김지연님. 사진/바람아시아
정 : 안녕하세요. 아이부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기획조정 김지연 님 (이하 김) : 아이부키는 기본적으로 ‘콘텐츠’와 ‘컨테이너’를 융합시키고자 해요. 컨테이너는 콘텐츠를 싸고 있는 것이잖아요? 저희 대표님은 미대를 졸업하셔서 예술가분들과 인연이 깊으세요. 그런데 그 예술가분들은 자신의 활동 공간이 없어서 고생하시고, 또 지방자치단체 즉 지역재생을 하고자 하는 주체들은 예술가들을 찾지 못해서 고생하거든요. 저희는 이런 예술가들이 지역재생을 하는데 자신의 역량을 쏟아낼 수 있도록 안전한 ‘컨테이너’ 안에서 일하게끔 도와주려고 해요. 이것이 저희의 신조이고 이 신조 아래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것이 예술가와 지자체 모두에게 지속 가능함을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콘텐츠를 위한 컨테이너를 만들고자 한다는 말에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소셜 하우징’이나 ‘작은 도서관’ 사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었다. 컨테이너는 단순한 임시 건축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담는 공간을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것 같았다. 그런 건물을 짓고 싶었던 것이다. ‘교육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서는 어떤 일을 수행해 오셨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정 : 제가 알기로는 아이부키가 아이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꼭 건설 사업만이 아니라요.
김 : 네 맞아요. 처음에는 저희가 그것으로 시작했어요. 그 사업으로 서울시가 지정한 ‘혁신형 사회적 기업’이 되어서 다른 사회적 기업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기업이 되었죠.
그 사업은 창의성을 죽이는 현재 예술 교육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했어요. 미술 학원에 가면 그냥 그리라고 시키는 것들을 그려야 하잖아요. 이는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예술은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영역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희 대표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셨어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요. 아이가 책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려준 후에 그 책을 스캔해서 전자책으로 만들어요. 전자책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다시 시작점이었던 ‘작은도서관’의 책장에 진짜 책으로 꽂히게 돼요.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으로 온라인 뉴스에 소개된 적이 있다. 캡처/바람아시아
아이부키는 2012년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이라는 기획으로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었다. 강동 지역 아파트의 도서관을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개축한 뒤, 그곳에서 아이들이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단순히 건물의 개축을 넘어 아이들이 지속해서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전자책 시스템을 제시했기에 혁신형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MBC PD수첩에 소개된 보린주택. 캡처/바람아시아
그뿐만 아니라 금천구에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주택도 지었다. 도시생활형 임대주택을 기획하여 반지하 방이나 옥탑방에서 살고 계시는 노인들을 좀 더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모신 것이다. 이는 아이부키가 기획한 ‘원룸의 할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단순히 건축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공용공간을 활용해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기에 마을 공동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도, ‘원룸의 할배’에서도 아이부키는 콘텐츠를 담은 컨테이너를 만들었다.
정 : 그렇다면 ‘아이부키’는 계속해서 이런 교육 사업과 건설 사업을 함께 맡게 되는 건가요?
김 : 네 맞아요.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 ‘소셜 하우징’과 교육콘텐츠 개발, 이 두 가지가 저희의 주력 사업이라고 볼 수 있죠. 저희가 소셜 하우징(예 : 원룸의 할배 사업)을 잘 해내고 나서 지자체나 국토부에서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하하하.
정 : 실제로 사업을 하시면서 아이들이나, 혹은 노인분들이 많이 좋아하셨나요?
김 :음, 노인분들 이야기는 제가 입사하기 전이어서 잘 모르지만 (웃음) 아이부키를 하면서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많이 발굴했어요. 한 아이는 자기가 영어 동화책을 쓰기도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는 친구를 보기도 했어요.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재밌어한다고 말을 많이 해주세요. 저희는 진짜로 아이들이 실질적인 이야기를 만들도록 계속 기다려주거든요.
정 :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령대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김 : 아, 안 그래도 저희가 대상을 달리한 창의 교육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어요. ‘스토리부키’라는 이름의 사업이에요. 초기에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할 거예요. 그다음부터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영업 비밀이라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웃음)
정 : 아이부키는 사회적 기업이잖아요. 혹시 운영하시면서 애로사항이 있지 않으셨나요?
김 : 저희가 물론 ‘원룸의 할배’ 사업을 통해서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는 작은 기업이죠. 그래서 초기 자금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어요. 항상 자금이 저희가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닌 거죠. 사실 이것은 저희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예요.
정 :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시나요?
김 : 일단은 국토부나 지자체 같은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받죠. 투자를 받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노력하면서요. 이윤을 얻는 것에서는 저희가 조금 양보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요즘 주력하는 사업이 바로 ‘시소 주택’이에요. 시소 주택은 예술가들이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하는 주택이에요. 그런데 이 사업을 구상할 때도 고민이 있었어요. 예술가들이 모이는 주택이라면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이어야 하잖아요. 멋있게요. 그래서 주택을 잘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입주비를 많이 받아야 해요. 저희가 애초에 집을 지어드리고 싶었던 ‘예술가’ 분들한테요.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이렇게 일반 부동산 업자처럼 접근하면 사업 자체에 대한 모순에 부딪히게 돼요.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니 대책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수익이 없는 단순 주거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공간을 짓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서로의 강점에 집중해서 ‘어떻게 거점 공간을 기반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셰어 오피스와 공연 공간, 갤러리와 옥상 공간을 디자인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했죠. 저희는 입주비를 예술가들의 실정에 맞추는 대신 운영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모순을 해결했어요.
정 : 이런 모든 사업 구상을 하게 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김 : 저희 대표님께서 미대를 졸업하시기도 하셨고 주위에 예술가 친구가 많으셔서 그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고 계세요. 대표님은 예술가가 맥을 못 추고 지내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세요. 보통 30살에서 35살까지만 창작 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활동을 접게 되는 예술가가 정말 많아요. 미술뿐만이 아니라 연극에서부터 무용까지요. 그런데 예술가들은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이 어떠한 부수적인 이유로 수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지 않도록 도와주고자 했어요. 그래서 저희 아이부키가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콘텐츠를 위한 ‘컨테이너’가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모든 사업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보면 돼요.
정 : 앞으로 사업을 계속해나가시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나요?
김 : 일단은 ‘스토리부키’라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개발 사업을 잘 해내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이요. 또 저희가 교육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도 하면서 건축 시행사이기도 하잖아요. 건축 시행사란 시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나 법적인 절차를 처리하고, 건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기획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방금 시소 주택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는 ‘시소 하우징’ 플랫폼 개발 사업의 일부예요. 정부와 함께 취약 계층에게 집을 만들어주려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고, ‘따뜻한 남쪽’이라고 해서 연남동 예술인 단체에 집을 지어주는 사업도 하고 있지요. 이 모든 건축 사업을 잘 이끌어나가는 게 일단은 저희의 목표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야 겨우 아이부키에 대한 이해를 끝마칠 수 있었다. 아이부키는 콘텐츠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곳이었다. 그것이 땅 위의 건물이든 인터넷 속 홈페이지든 상관은 없어 보였다. 어떤 방법이든 잊히면 안 되는 것들이 자리 잡을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니까. 그리고 이때 ‘잊히면 안 되는 것들’을 선별하는 아이부키의 기준은 확실해 보인다. 홈페이지에 쓰인 것처럼 주로 혁신적이고,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다양성을 꽃피울 수 있는 것이리라.
사진/바람아시아
무엇을 컨테이너에 담을지 고민할 때 그 착한 가치를 증명하는 사회적 기업 아이부키. 앞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더 튼튼한 컨테이너를 지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