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불법도박으로 자숙을 한지 약 2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얼굴을 비춘 방송인 이수근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앞에 나와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이수근의 복귀작은 tvN '신서유기'다. 이 프로그램은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와 함께 떠난 중국 여행기를 방송국 채널이 아닌 인터넷 포탈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방송되는 예능이다. 기존의 시스템이 아닌 인터넷 플래폼으로 만들어지는 방송인데다가 이수근의 복귀작, 과거 KBS '1박2일' 멤버가 모였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방송인 이수근이 약 2년 만에 tvN <신서유기>로 방송 복귀한다. 사진/tvN
화제가 된 만큼 물의를 빚은 이수근에 대한 비난도 크게 일었다. 방영 전부터 논란이 심했다. 그런 상황에 '신서유기' 제작발표회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다.
크게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모였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됐다. 이목이 집중되는 이 현장에서 이수근은 고개를 숙인 모습을 먼저 보였다. 그의 얼굴은 다소 긴장돼 보였다. 무거운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2년 만에 큰 무대에 섰습니다. 긴장이 많이 됩니다. 잘 알겠지만 한 때 너무나 잘못된 행동으로 실망을 드렸습니다. 저 때문에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될 출연진과 제작진이 비난을 받았습니다. 상당히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 또한 제가 겪어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재밌는 모습, 유쾌한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저를 믿어준 제작진에게 보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현장은 꽤 유쾌하고 즐거웠다. 강호동과 은지원, 이승기가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였고 나영석 PD도 재치 있는 언변으로 가벼운 분위기는 지속됐다. 그럼에도 이수근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몇몇 웃기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무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이수근은 "모든 문제가 다 나 때문인 것 같고 마음이 좋지가 않다"고 말하면서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영석 PD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저희가 죄가 있다면 이수근씨를 섭외한 거다", "중국 촬영에서 한 식품업체 라면을 이수근씨가 먹었는데 광고주가 안 좋아할 것 같다" 등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방송인 이수근. 사진/tvN
부담감이 분명히 크게 작용했음에도 이수근은 '신서유기' 출연을 결심했다. 그에게도 분명 쉽지 않은 판단이었을 것으로 보였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수근은 "처음에 제작진의 전화를 받았을 땐 정말 좋았다. 다시 카메라 앞에서 설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그건 잠깐이었던 것 같다. 제가 끼면서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정은 나의 선택사항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면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첫 촬영 때 카메라 눈치도 많이 보고 그랬는데, 멤버들이 정말 편하게 해줘 하루 만에 방송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흥미로웠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점 때문인지 네 사람은 더 편하고 즐겁게 웃음을 줬다. 이전보다도 더 재기발랄해진 나 PD의 편집도 눈에 띄었다. 엄청난 화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또 이수근이 이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방송활동을 재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재기의 기로에 서 있는 이수근의 솔직한 심정이 궁금했다.
"쉬는 기간동안 방송이 제일 그리웠고, 그걸 못하다 보니까 많이 힘들었습니다. <신서유기>가 내가 용서받을 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곰곰이 생각했는데, 웃음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예전보다 더 좋은 모습, 더 웃긴 모습을 보인다면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