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MBC '나는 가수다'는 치열하고 잔혹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다른 가수들과 맞붙는 형식인 탓에 음악이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싸움의 도구로 사용됐다. '나가수'에 출연하자마자 빠르게 탈락하는 것은 불명예스럽게 여겨졌다. 출연한 가수들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가수'는 분명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실력파 가수들을 재조명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수들이 '나가수'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다. '나가수' 출연 가수들은 이후 더 많은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었다.
가수 양파가 '나는 가수다 레전드' 녹화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MBC
이날 모인 가수들은 하나 같이 '나가수'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날 오프닝 무대에 선 양파는 약 7년 동안 공백기를 보내다 '나가수3'를 통해 복귀했다.
양파는 '나가수'에서 특유의 색깔이 뚜렷한 음색과 더욱 파워풀해진 고음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지 못했었던 양파는 "음악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가 그리웠는데 '나가수' 덕에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노래를 다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 프로그램 덕에 노래하는 기쁨을 알게 됐고,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밴드 YB의 보컬리스트 윤도현이 MBC '나는 가수다 레전드' 편 녹화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MBC
유학 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나가수2'에 합류한 서문탁은 '나가수' 덕에 많은 음악프로그램이 생겨나 가수들이 설 무대가 많아졌다면서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겼다. CCM 가수 소향은 '나가수'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칠 줄 모르는 고음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그는 "'나가수'는 개인적으로 가수로서 다시 한 번 살 수 있었던 기회였다.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계기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국내 최고의 가수로 불리는 인순이 역시 '나가수'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인순이는 "나태해질 때 '나가수' 무대를 만났다. 여기에서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가수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했고 지금 이 순간도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가수’의 초기 멤버 YB의 윤도현도 "'나가수'가 밴드 음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악을 평가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은 '나가수'에 여전히 뒤따른다. 하지만 '나가수'는 많은 가수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는가 하면, 시청자들에게는 몰랐던 가수들을 알게 하고 더 많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나가수’가 그래도 의미 있는 이유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