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의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불황형 무역흑자를 나타냈다. 여전히 부진한 무역 지표가 발표됨에 따라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감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출 부양을 위한 지난 8월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회복 신호가 미약하게 나타나자 추가 부양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수출 6.1%·수입 14.3% 감소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수출이 위안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해 1조20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직전월의 8.3% 감소보다 개선됐으며 예상치인 6.6% 감소를 소폭 웃돌았다. 달러화 기준으로는 수출이 같은 기간 5.5%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중국 수출은 위안화 평가 절하 등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수출이 감소로 돌아선 이후 6월의 깜짝 플러스 성장을 제외하고는 반기 가까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 역시 부진했다. 지난달 수입은 위안화 기준 전년 동기 보다 14.3% 감소해 8361억위안을 기록했다. 직전월의 8.1% 감소와 사전 전망치인 8.2% 감소보다 악화된 결과다.
수입이 크게 줄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은 개선됐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680억위안(602억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 보다 20.1% 증가했다. 사전에 전망했던 482억달러 흑자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연이어 감소한 가운데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별로 일본과 유럽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것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이유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중국 대외 무역 활동이 최근 몇 달 동안 약화되고 있다”며 “대미 수출은 개선됐지만 이는 유럽과 일본으로의 무역 감소를 상쇄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어 “그러나 무엇보다도 원자재 수입 규모가 소폭 증가하면서 부양책이 실물 경제에 유입되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내수 시장이 침체된 것이 수입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텐진항 폭발과 함께 전승절을 앞두고 베이징 지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환율 정책에도 펀더멘털 우려는 지속
지난달 무역 지표 부진에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문제로 8월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 저물가, 즉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WSJ은 지난달 인민은행(PBOC)의 위안화 평가 절하 등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지표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 절하 정책은 중국 경제를 오히려 갉아 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PBOC는 지난달 수출이 8.3% 급감하자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부양을 꾀했다. 11일부터 사흘 연속 기록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것이다.
PBCO는 수출 개선과 부양 효과를 기대했으나 위안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해외로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되는 역효과를 보게 됐다. 이를 막기 위해 PBOC는 달러를 매도하고 위안화를 매입해 그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급감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수출 역시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가 부양책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당국은 5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뚜렷한 개선효과가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7.0% 달성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부양책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날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7.4%에서 7.3%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지난 주말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러우 지웨이 재무장관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7%대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한 만큼 중국 정부는 이에 부합하는 조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남동쪽 항에 위치한 부두가에서 중국 선사 차이나쉬핑(CSCL)이 정박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