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나고 9월이 시작됐다. 새로운 계절에 대한 희망과는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제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는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와 맞물리며 공포감이 최고조에 달하며 '9월 위기설'로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들은 여러 매체와 SNS 등을 통해 이제는 우려가 아닌 현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처럼 번지고 있다. 걱정은 늘 빠르게 확산되는 법이다.
물론 이러한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모두가 걱정하는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 세계 경제의 회복의 상당부분이 유동성의 힘에 의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의 공급과잉과 한계소비를 넘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기의 원인으로 등장하는 중국 경제가 아직은 충분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인 미국의 9월 금리 정책과 관련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첫째, 미국 FOMC가 9월 전격적인 인상에 나서며 지속적인 긴축정책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9월 인상을 하지만 장기간 저금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시장에 다시 확인시킬 수 있다. 셋째, 9월 동결 후 기존의 시장 전망대로 금년 내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월 동결 이후 금리인상의 시점을 경제지표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는 의사를 확인하는 경우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 지표들과 FOMC의 경기 판단과 관련된 코멘트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두번째와 세번째 가정이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판단된다.
우리는 그 동안 미국이 금리인상을 '한다' 와 '안 한다'의 관점에서 시장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그런데 이 논쟁은 이제는 늦은 감이 크다. 시장이 불안감과 변동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이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면 오히려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되기까지 저금리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미국의 금리가 9월에 인상된다면 시장의 관심은 저금리의 지속 기간에 주목할 것이다. 즉 지금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논쟁은 ‘언제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지’로 전환될 것이다. 현재 매크로 변수는 금리인상 시점이 가까이 왔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그런데 시점이 아닌 기간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면 현재 주요 경제지표들은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되어야 한 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꾸로 경제지표가 저금리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접근은 글로벌 경제가 현재의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 다시 본격적인 호황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하게 된다. 국내 시장에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결국 글로벌 주식시장을 포함해 특히 한국증시 입장에서는 미국 금리인상이 9월 FOMC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만약 연말로 미뤄진다고 가정하면 잠깐 동안의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다시 인상시점 직후의 불안과 걱정은 재현될 수 있다. 국내증시 만을 생각하면 지연보다는 불확실성 제거 후 저금리 기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 될 것이란 걱정을 많이 한다. 특히 수출 감소와 내수경기 위축으로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쓰는 한국과 금리인상을 앞둔 미국의 엇갈린 정책기조는 자본이탈을 더욱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금액이 7조원을 훌쩍 넘기는 이르는 등 우려를 방증한다. 그러나 한국 투자자산에 대한 결정은 단순 금리차가 아니라 환율과 신용등급, 글로벌 투자자산에 대한 위험기피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금은 남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닌 본연의 경쟁력인, 한국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생각된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걱정보다는 우리에게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물론 순매도를 지속하는 해외 투자자가 갑자기 한국을 찾진 않을 것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우리가 보지 못한 투자매력을 찾을 수 있다. 걱정보다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때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