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남북통일을 대비해 남북한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8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통일 이후 화폐제도 통합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 요약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다양한 통일형태의 가능성을 고려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3가지 상황에 대한 화폐제도 통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남북한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화폐통합 시나리오로 급진통합, 점진통합, 절충통합 세 가지 방안을 연구했다.
급진통합 시나리오는 매우 단기간에 남북이 통일되는 상황으로 정치적 통일과 함께 곧바로 모든 사회경제적 통합을 완성하는 시나리오다. 통일 이후 남북한 통화가 남한 화폐로 통합하는 상황을 가정했고, 그 대표적 사례로 동서독 화폐통합이 꼽혔다.
보고서는 급진통합 시나리오에서 현금통화공급과 관련 ▲현재 북한지역의 현금통화량 추정 ▲화폐통합 이후 북한지역에 공급할 현금통화규모 추정 ▲남북한 화폐교환비율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절충통합 시나리오는 한시적 분리방안으로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형태를 이뤘지만, 경제통합은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북한지역을 일종의 특별행정구역인 ‘북한특구’로 삼는 모델이다.
이는 단일국가 내에서 경제지역을 2개로 분리해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중국-홍콩 사례와 유사하지만, 북한지역에도 시장경제질서가 즉시 도입되기에 1국 1제 2경제라는 홍콩방식과는 구별된다. 즉, 한시적 분리기간 동안에는 북한지역에 별도의 통화시스템을 구축해 1국 2통화제도를 운영하다가 이후 화폐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북한지역에 새로운 통화 도입시 화폐단위 명칭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해야 하며 한시적 분리기간 중 액면별 비중이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환율제도 운영과 관련해 북한 경제의 시장경제체제 전환과정에 따라 변동환율제도 또는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점진통합 시나리오는 북한이 먼저 시장경제로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상황에서 남북한이 협력을 강화하면서 합의에 의해 통일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EU)이 통합된 방식과 비슷하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명재 의원은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으로서, 통일과정에 필수적인 통화 및 금융 통합을 위해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통일의 다양한 형태를 전망해 남북간 화폐통합, 북한 주민 생계비 지원, 북한 지역 경제성장 등 시나리오별 경제 및 통화통합 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