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장기 성장 추세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밝혀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묻는 질의에 최경환 부총리는 "금융위기 과정에서는 재정건전성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서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 다수 경제전문가 충고"라고 말했다.
이어 "역대 정부 어디라도 경제위기를 겪으면 국가부채들이 모두 증가했는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정부는 IMF극복 과정에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17.0% 늘었다"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현재까지 12.0%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원들은 국가 채무를 부실하게 관리하는 정부를 몰아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올해만 관리재정적자가 46조원이고 박근혜 정부 5년간의 적자가 누적으로 167조원에 달한다"며 "2006년 노무현 정부가 3년간 23조원 적자 부채를 발행했을 때 최 부총리는 당시 '법적 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고 재정파탄 대책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지금 똑같은 말을 해야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학자 2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C학점을 받았다"며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정치상황에 휘둘려 운영되는 등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F학점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도 "내년 국가채무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나랏빚 가운데서도 악성으로 꼽히는 적자성 국가채무는 박근혜 정부 임기인 지난 3년간 70조5000억 원이 증가했다"며 "정부의 재정 안정화 대책에서 세출·세입·세정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은 "기재부 업무보고서를 보니 OECD보다 채무 증가속도가 늦다고 했지만 기준시점을 다르게 잡으니 오히려 빠르다"며 "현재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놓여있고 당장 회복된다는 비전도 안 보여 빚이 빚을 만드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 후반대로 관리한다고 하다가 40%를 넘었고, 공공부문 부채를 포함하면 60%가 넘는다"며 "재정관리계획을 다시 세우고 재정준칙 만드는 것을 심도 있게 추진해 달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도 "매년 재정운용계획이 나올 때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원칙을 갖고 재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페이고(PAY-GO) 재정준칙 등 시스템적으로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재정지출 효율화 등 미시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정부를 감싸는 태도도 보였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어려움이 있을 때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부 악화되고 있는 건전성은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이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도 "채무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노력보다 GDP를 키워 채무의 상대적 가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재정건전성의 답은 성장에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기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