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업계의 사운드 전쟁이 발발했다. 화질·두께에 이은 3라운드 돌입이다. UHD TV 등장으로 화질은 몰입감을 얻기 충분하지만, TV가 얇아지면서 음향은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작용한 결과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TV 제조사들은 음향기술 업체, 명품 스피커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TV 사운드에 집중하는 추세다. 두께를 포기하고 강력한 음질의 스피커가 내장된 TV를 선보이기도 한다.
TV의 초슬림 전쟁이 시작되면서 음향은 필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좋은 소리를 위해서는 스피커나 울림통의 크기를 키워야 하지만 슬림한 디자인을 위해 작은 크기의 스피커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TV의 본질은 화질이다. 때문에 흑백에서 컬러, SD화질, HD화질, 풀HD화질, 지금의 UHD화질에 이르기까지 TV 발전은 좋은 화질을 토대로 이뤄졌다. 음질이 상대적으로 등한시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제 UHD 화질이 중심이 되면서 화질에 대한 욕구는 어느정도 채워졌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특히 현재 제공되는 콘텐츠가 HD화질 중심인 점을 감안하면 TV 화질이 콘텐츠보다 앞서있는 상태다. 반면 그동안 소외됐던 좋은 음향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 TV의 등장으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질 좋은 사운드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이에 업체들은 TV의 음향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005930) UHD TV 3700여개 모델에는 미국 사운드 솔루션 기업 DTS의 헤드폰:X 기술이 탑재됐다. 물리적 특성상 2채널 사운드를 낼 수밖에 없는 헤드폰을 사용해 5.1 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는 물론, 천장 등 사물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실제 사물이 위치한 방향에서 들려오는 듯한 3D 입체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전자(066570)는 오디오 전문회사 하만카돈과 제휴해 음질을 향상시켰으며, 고음을 별도 처리하는 트위터 스피커도 장착했다. 특히 UF9500시리즈는 공연 무대인 오디토리움을 닮은 스탠드가 TV 소리를 전면으로 모아주는 기능이 적용됐다.
일본의 소니는 특화된 음향기술을 TV 전면에 내세웠다. 얇은 디자인을 위해 스피커를 TV 후면이나 하단에 배치하던 것에서 탈피해 우퍼형 스피커를 TV 전면에 탑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TV가 얇아지면서 음질이 약해졌지만 최근 들어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아직은 화질과 디자인에 치중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사운드 강화에 따라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SUHD TV 출시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