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만큼 노인으로 살아가기가 힘든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고령화 속도가 손꼽을만큼 빠르지만 노년기를 가이드할 문화적 각본은 없죠. 은퇴 이후의 삶이 사회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경혜 서울대학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장은 18일 '2015은퇴전략' 기조연설에서 "중노년기의 삶이 주변화되지 않고 사회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지도와 건강한 노년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경혜 서울대학교 은퇴설계지원센터장(교수)은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을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옮겨야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은퇴는 경제적 생산성이 삶의 가치를 좌우하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의 중심부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퇴 후의 기간을 어떻게 채우는가 하는 문제는 경제적 이슈를 넘어 복잡한 의미가 있다는 진단이다.
2010년 서울대학교가 베이비부머 4600여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끊기는 데 따른 '경제적 어려움'보다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 수 있을까?'하는 점이 은퇴와 관련한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한경혜 센터장은 "한국의 노인들은 복지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적 자원이며, 사회적 비용 부담도 크다"며 "노인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시점에서 문화적 각본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센터장은 끝으로 "'명함=일자리'로 단순화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명함에 스스로의 가치관과 살아가며 지향하는 것을 담을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며 "스스로가 사회로부터 주변화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