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기'는 퇴직 후 원하던 삶을 영위하고 개인적 성취, 자아실현을 이루는 시깁니다. 어떤 노인들은 이 시기를 30~40년 동안 누리기도 하지만 일부는 아예 이 시기를 보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기획단 부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 공동 주최로 열린 '2015 은퇴전략포럼'에서 퇴직 후 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인생 3기'를 오래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의 생애주기 4단계론을 인용해 "생애주기 4단계 중 3~4기가 노년기"라며 "몸이 쇠약해져 자식이나 지역사회 등에 의지해야 하는 인생 4기에 도달하기 전 건강한 노년시기인 인생 3기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인생2기에서 곧장 4기로 넘어가는 노인 많을 것"이라며 "3기 인생이 중요한데 아직 사회·개인적 준비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은 유럽에서 노인의 경제활동을 다루는 패러다임은 고용중심의 생산적 모델에서 출발해 최근 사회 참여나 자립생활을 강조하는 '활동적 노화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노인들이 65세 이상이 돼서도 일하는 주된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 절대적"이라면서도 '사회·문화적' 이유도 크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노동 중심적인 생활방식에 익숙한 우리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만큼 "퇴직 후 잉여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위원은 "올해 국내 50~60대 노인인구를 대상으로 일과 여가 관련성 연구를 해본 결과, '여가를 하지 못한다'거나 여가 시간에 '그냥 쉰다'는 의견이 주됐다"면서 "우리 노인들이 일에 대한 집중이나 강박이 심하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체 노인 가운데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은 34.7%, 일하고 있는 노인인구는 28.9%로 이 보다 5.8%포인트 낮았다.
강 부연구위원은 이 5.8%포인트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여기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회참여형 경제활동과 여가활동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들에게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5일을 일하라고 한다면 거의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회에 참여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중년 일자리와는 다른, 노인들의 건강이나 근로능력을 고려한 근로조건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노인의 근로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환경에 대한 지원도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외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머지 60~70%의 노인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여가활동, 장기요양을 장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기획단 부연구위원이 18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 공동 주최로 열린 '2015 은퇴전략포럼'에서 '대한민국 노인 경제활동 특성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