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숙원인 그룹 재건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002990) 인수가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오며 박 회장은 그룹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남은 기간 인수자금 마련과 인수 후 계열사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18일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의 매각가격을 7228억원으로 확정했다. 이후 채권단은 21일 박 회장 측에게 매각가격을 통보할 계획이었지만 절차가 지연되면서 23일 안으로 매각가격을 전달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당초 박 회장에게 1조218억원을 매각가격으로 제시했다. 반면 박 회장은 5970억원을 불렀다.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며 4000억원을 넘었던 가격차가 좁혀졌다. 박 회장이 최근 7047억원을 매수가격으로 제시했고, 채권단이 7228억원을 의결했다. 양 측이 제시한 금액차가 181억원밖에 나지 않으면서 금호산업 매각 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의지를 그동안 강하게 드러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020560) 지분 30.0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 주식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선 금호산업을 되찾으면 사실상 그룹 전체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2008년
대우건설(047040)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 ‘형제의 난’이 발생하며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같은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박 회장은 그룹 정상화를 목표로 2010년 10월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가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그룹이 차츰 정상화에 돌입했고, 금호산업도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끝냈다. 박 회장은 올해 안에 금호산업 인수를 완료하고 채권단이 대주주로 있는 금호타이어도 완전히 확보해 그룹 재건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박 회장에게는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고속 매각을 통해 4000억원 정도를 마련하는 방안이 알려지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재무적 투자자들과 오랜 기간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은 금호산업이 거느린 아시아나항공과 다른 계열사를 이용해 재무적 파트너로부터 자금을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한 달 이내로 채권단에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만일 자금조달 계획이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채권단은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제3자 매각에 나설 수 있기에 박 회장의 인수자금 확보는 금호산업 되찾기에 최종 변수가 되고 있다.
금호산업을 품에 안더라도 경영 현안이 산적한 것도 박 회장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사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저가 항공사의 성장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는 파업이 중단됐지만 이미 11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중국산 저가 타이어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실적 개선 과제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 재건을 노리고 있는 박삼구 회장. 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