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높은 벽 절감" 카메라사업 발 빼는 삼성

입력 : 2015-09-21 오후 5:20:0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전기전자업계와 카메라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카메라 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추측이 몇 년 전부터 조심스레 제기돼 왔다.
 
100년이 넘는 광학기술을 보유한 카메라 업체들 사이에서 후발주자로서 삼성이 이들을 따라가기에 기술적으로 부족했고 브랜드력도 낮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이 카메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든 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명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어려움이 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2년 유럽 순방을 다녀온 후 삼성에 카메라 사업 일류화를 주문했다. 이에 삼성은 2015년까지 미러리스 카메라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꿰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진해 왔다.
 
삼성전자(005930)는 이 회장의 특명 후 불과 3개월 만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 2012)에 '갤럭시 카메라'를 선보였다. 일명 '이건희 카메라'라고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갤럭시 카메라는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전략적 융합을 컨셉트로 내세웠다. 일본 업체에 비해 광학기술이 뒤지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앞선 노하우를 카메라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휴대폰과 카메라의 결합은 새로울 것 없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2004년 팬택이 디카폰의 시초격인 'PG-K6500'을 출시했고,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제품(SPH-S2300)을 내놓은 바 있다. 2014년 2월에는 후속작인 '갤럭시 카메라2'를 출시했지만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데다 '카메라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아닌 어정쩡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부터)삼성전자의 '갤럭시카메라1', 'NX미니', NX500. 사진/ 삼성전자
  
이후 삼성은 NX시리즈로 시장을 공략했다. NX300을 시작으로 NX1000, NX210, NX미니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출시된 'NX500'을 마지막으로 삼성은 신작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은 만큼 카메라 시장에서의 성공은 삼성전자에 주어진 절대적 과제였다. 당시 삼성전자 냉장고·세탁기 등의 제품을 사면 이벤트로 카메라를 공짜로 주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한 때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업계 1위인 소니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한 자리수까지 좁혀졌지만 마케팅만으로 높은 카메라 시장의 벽을 뚫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빠른 사진 전송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타사 카메라에도 와이파이·근거리무선통신(NFC)이 도입되며 차별점이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자 카메라 수익성도 담보되지 않았다. 201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이미징사업부의 영업권 가치는 0원으로 전락했다. 2011년 2871억원에서 2012년 825억9900만원으로 전년보다 3분의 1로 급감한 데 이어 0원으로 준 것이다.
 
조직도 대폭 축소됐다. 삼성에서 카메라 사업은 삼성항공에서 담당하다가 삼성테크윈으로 넘어갔고 다시 2009년에는 삼성디지털이미징 주식회사로 분리돼 별도 법인이 설립됐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2010년 1월 삼성전자에 통합됐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 뉴시스
 
삼성전자는 분사된 삼성디지털이미징을 인수한 후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신설했다. 2013년말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로 통합해 이미징사업팀으로 재편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시너지를 극대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올해 초 IM사업부 내에서 주력인 모바일·웨어러블 기기와 세트 제조를 제외한 나머지 비주력 분야는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메라도 그 중 하나이지만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 건 스마트폰 카메라 때문"이라고 전했다.
 
카메라 사업 재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에 있는 가운데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열사 합병 및 매각, 사업 통폐합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원 부서 인력의 10% 수준을 현장을 배치하고, 자주 이용하지 않는 전용기와 전용헬기를 매각하는 등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카메라 사업을 대폭 축소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익 나는 것에 집중하고 손해보는 것은 과감히 정리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며 "다만 카메라의 경우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분야인 만큼 완전히 철수하는 대신 인력을 대폭 축소해 스마트폰과의 시너지 확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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