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박상은(65)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행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는 23일 박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원, 추징금 806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에 자신의 경제특보 월급 1515만여원을 대신 지급하게 하고 후원회 회계책임자의 월급 총 6250만원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학술연구원에서 낸 것과 해운조합으로부터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하지 않은 채 3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휠라선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 선주협회로부터 일본 시찰 및 싱가포르 등 경비 2700여만원, 비서로부터 3100여만원 등 불법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와 과태료 210만원을 대납 명목 기부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한 원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또 선주협회로부터 홍콩 시찰 경비 270여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와 대한제당 설원봉 회장으로부터 기부받은 불법정치자금 6억1000여만원 중 4억9000여만원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 강서개발 관련 3억4900여만원의 상법상 특별배임 및 1억원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아울러 2009년과 2010년 격려금 총 1300만원에 대한 정치자금 회계보고 허위제출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은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3개 단체로부터 총 8065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면서 "이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정된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행이다"고 판시했다.
또 "박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정치자금을 받아왔고 기업과 학술연구원과의 관계에서는 단순 취업 청탁 수준을 넘어 취업형식만 취한 채 박 의원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정치자금을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박 의원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고 동종 내지 유사 범죄 전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박 의원이 기업과 학술연구원으로부터 직접 기부금을 받아 사용한 것은 아니고 해운조합 기부금의 경우 박 의원의 요구 없이 해운조합 측이 찾아와 전달했다"면서 "이런 기부금과 관련해 구체적 청탁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은 박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억4000만원을 명령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5억여원을 숨겨둔 범죄수익은닉 혐의 등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술연구원에서 차량 리스료로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와 강서개발 주식회사와 관련한 상법상 특별배임 혐의 등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월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출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