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대학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대학원생들이 처한 현실 또한 열악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공론화하기 어려웠다. 이는 성신여대 대학원생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성신여대 학부생의 2014년 한 해 평균 등록금은 769만 원이었던 반면 대학원생의 평균 등록금은 954만 원(인문·사회:826만 원, 자연·과학: 960만 원, 예체능: 1102만 원)이었다. 등록금은 학부보다 비싸지만 학자금대출제도와 장학제도는 미비하다. 대학원생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과 ‘국가장학금제도’를 이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내장학금도 훨씬 제한적으로 지급받는다.
성신여대 대학원 장학제도, 학부보다 지나치게 미비해
성신여대 대학원생들을 위한 장학제도 12가지 가운데 가계곤란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학제도는 2가지뿐이다. 그 가운데서도 성적이 우수한 가계곤란자에게 지급되는 ‘성신장학금’은 인원이 적은 학과의 학생들은 받기 어렵다. 신입생, 휴·복학생, 조교 장학생을 제외하고 나면 세 명당 한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비율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대학원 교학팀 관계자는 “대학원은 대학교처럼 장학제도가 다양하지 않다. 공무원이나 정규직 교사, 학내 조교 및 교직원이 아닌 경우엔 성신여대 출신 성적우수자를 위한 장학금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석사연계과정, 석·박사통합과정 장학금도 있지만 모두 특별한 경우다. 학·석사연계장학금은 학부와 석사과정 모두 조기졸업 하는 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고, 석·박사통합과정 장학금은 석사졸업을 하지 않고 박사과정까지 수료하는 학생에게만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이 경우 입학할 때 박사과정 등록금까지 모두 납부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결국 보통의 대학원생이 학비 걱정 없이 대학원을 다니려면, 1년 치 등록금이 지급되는 조교 근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조교로 근무하면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을까? 현재 학과 조교로 근무하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조교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버겁다고 한다. A씨는 학기, 방학 구분 없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과 조교로 근무한다. 학기 중엔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조교 업무를 처리해야하고 근로가 끝난 뒤에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A씨는 대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사조교들과의 임금격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사조교의 경우, 세전 114만 원의 월급을 받는 반면 대학원생 조교들은 1년 장학금 외에 추가 수당은 받지 않는다. 학사조교들의 세후 임금을 100만 원으로 놓고 계산 한다 해도 인문·사회대학원생과의 연간 임금격차는 374만 원까지 벌어진다. A씨는 “학교는 등록금이 비싼 예체능 대학원을 예로 들며 임금격차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문·사회나 자연·과학대학원의 경우는 연간 임금격차가 꽤 큰 편이다.”라며 “대학원생 조교와 학사조교의 업무 내용과 근무 시간은 같기 때문에 대학원생 조교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대학원생… 자치기구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
대학원생들이 처한 현실이 논의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치기구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대학의 총학생회는 등록금심의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 등 학교와의 교섭자리에 직접 참여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대학생들이 총학생회를 통해 학교본부와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반면, 학생자치기구가 없는 대학원생들은 대학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서 소외되어온 것이다.
성신여대 대학원에는 ‘원우회’라는 자치기구가 있으나 제대로 된 관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성신여대 교육대학원 원우회의 경우 회장이 바뀌었음에도 졸업한 전대 회장의 연락처를 홈페이지에 게재해뒀다. 올해 대학원에 입학한 A씨는 물론이고 일반대학원에 재학한지 1년 반이 된 B씨 또한 “원우회라는 곳은 처음 들어본다. 대학원 OT때 학생회가 있다고 한 것 같았는데 누가 학생회인지도 모르겠고 투표 공지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자치기구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성신여대 대학원생들 역시 학교와의 교섭에 참여하기 어렵다. 단편적인 예로, 지난 1월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대학원생 위원도 참여하도록 돼있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해당 위원이 원우회 소속이어도, 소속이 아니어도 이는 원우회의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고대원총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바람아시아
실제로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고대원총)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대원총회장 강태경 씨는 “대학원생의 경우 교수와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문제를 제기하려면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이때 학생회는 개인이 겪는 문제의 공론화를 원하는 학우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고대원총의 경우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저지른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고 피해자와 연대해 학교 본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조교 근무를 하다 문제가 생겨 총학생회에 상담하러 오는 학우들도 많다.”고 전했다.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라고 주장함으로써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다. 대학원생 A씨는 “대학원은 학업에만 집중하는 사람보다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부도 병행하는 사람이 많아서 학부처럼 대의기구를 꾸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원에도 학생자치기구가 있다면 대학원생의 처우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자치기구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9월부터 성신여대 독립언론인 <성신퍼블리카>의 기사가 YeSS에도 함께 실립니다. <성신퍼블리카>의 기사는 성신퍼블리카 공식 블로그 http://sspublica.tistory.com/ 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성신퍼블리카의 기자들은 필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