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성장이 디스플레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적극적인 투자와 한국을 바짝 따라잡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대만,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추격 중이다. 이에 각 국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니치마켓 진입, 합병 등을 내세우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중국 8세대 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이 한국의 1.2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까지 중국 8세대 생산능력은 한국 대비 86% 수준이지만 내년부터 이를 추월하는 셈이다.
향후 3~4년간 신규라인 투자 계획만 봐도 중국은 한국을 압도하는 수준이며 기술적으로도 상당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등에서 국내 기술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더구나 2018년 가동을 목표로 10.5세대 투자도 발표했다. 한국이 아직 갖지 못한 3370×2940의 대형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중국 패널 생산이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도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4분기 LCD 패널 마진율은 0%로 예상되고 있다.
박진한 IHS 이사는 "중국업체들의 위협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며 "물량공세, 질적 성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어 향후 3~4년 동안 중국 업체는 위협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 대만, 일본 업체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며 맞대응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지난 4월 플렉시블 OLED 전용라인인 A3 1단계 가동을 시작했고, 기존 A2 라인 일부를 플렉시블 OLED 장비로 전환하는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LCD에서 OLED로 투자전환을 선포하며 향후 3년간 OLED 중심으로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가진 OLED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AU옵트로닉스(AUO), 이노룩스(INX) 등 대만업체들은 니치마켓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2010년 중국이 자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기술 측면에서 한국기업에 밀렸던데 따른 조치다.
이들은 중국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32인치 생산을 접었다. 중국이 주력하는 49, 55인치 생산에도 그다지 힘을 쏟지 않는다. 반면 한국 업체들이 등한시하는 45, 50, 58인치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피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합병을 통한 생존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샤프의 중소형 액정 패널 사업 합병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모바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 투자로 물량을 늘린 중국의 영향으로 공급과잉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고, 앞으로 5년간 시황이 부정적"이라며 "혁신 기술을 통해 차별화와 부가가치를 누리려는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FA2015에서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111인치 S자 형태의 타일링 디스플레이(Tiling Display). 사진/LG디스플레이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