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 수도권과의 전세가율이 뒤집혔다. 수도권이 역대급 전세난으로 최고치를 매월 경신하고 있는 한편 지방은 주택공급이 증가해 전셋값 상승 압력이 낮아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전세가율은 72.9%로, 지방5대광역시 72.6%보다 높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지방보다 높은 것은 조사 이래 처음이다. 통상 수도권은 높은 집값으로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세가율을 보여왔다. 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비교적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했지만 서울발 장기 전세난이 판세를 바꿔놓은 것이다.
◇수도권-지방5대광역시 전세가율 추이. 자료/KB국민은행
두 지역권이 비슷한 수준의 전세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차이가 있다. 수도권의 전세가율은 1998년 조사 이래 최고치로, 당분간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이 71.8%, 인천 71.6%, 경기 74.0%다. 모두 역대 최고 전세가율이다.
서울 성북구(81.6%)의 경우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80%를 넘겼다. 일부 단지의 급매물은 로열층·동 전세가보다 싸게 거래시장으로 흘러나온다. 실제 성북구 종암동 삼성래미안 전용 59.9㎡는 지난 7월 3억1500만원에 최고가 전세거래됐지만, 매매는 3억1000만원에 신고된 사례가 있다.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서 건축이 진행 중인 경기, 인천과 달리 더 이상 지정할 택지가 없는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외 대규모 주택 공급이 어렵다. 대량의 전세수요 매매전환 또는 월세이동이 없다면 전세가율은 상승세가 불가피하다.
이와는 달리 지방은 전세가율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73.2%로 정점을 찍은 전세가율은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는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77.5%를 기록 중이지만, 고점은 지난해 8월 확인됐다. 78.5% 달성 이후 약보합세다.
수도권에 비해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며 매매가와 격차가 생기고 있다. 올들어 지방5대광역시 전셋값 상승률은 3.5%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보다 1.2%p 더 올랐지만, 3.9%에서 6.5%로 상승률이 확대된 수도권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지방의 주택준공 실적은 24만5088가구로, 이전 3년 평균 17만8520가구보 37.3% 증가했다. 2010년 부산에서 시작된 지방 호황 당시 급증했던 분양분이 준공 단계에 이르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은 18만6251가구가 준공, 3년 평균 18만7942가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청사가 이전한 세종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대전의 전셋값은 올들어 0.35% 상승했다. 전국 평균 4.66%보다 크게 낮다. 청사 이전과 맞춰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세종시는 1.70% 하락, 전국에서 가장 큰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지방은 부산에서 시작해 대구까지 호황을 거치며 잠재 입주량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전세가율 한계점에 이르렀고, 수도권은 아직 상승여지가 있다"면서 "다만 위례, 동탄 등 경기권에 입주대기량이 많아 국지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