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중견사들, 재건축·재개발시장 '출사표'

입력 : 2015-10-06 오전 9:34:46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해오던 중견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는 밀리지만, 빠른 의사결정과 저렴한 시공비용 그리고 그동안의 주택공급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시정비사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올해에만 4곳의 정비사업을 수주, 총 7059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월 부산 북구 구포3구역 재개발(752가구)을 수주했고 7월에는 ▲충북 청주시 사직3구역(1813가구) ▲경남 창원시 성산구 내동연합 재건축(1166가구) ▲광주 남구 월산1구역(905가구) 등을 잇달아 수주했다. 작년 10월에는 871억원 규모의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서울 정비사업에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3월 광주 동구 계림8구역 재개발 수주에 이어 7월 경기 광명시 광명도 10R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수도권 정비사업 진입에 성공한 바 있으며 우미건설은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강원 춘천시 후평제3아파트 재건축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2009년 경기 의왕시 내손동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지 6년 만의 정비사업 수주다.
 
아이에스동서(010780)는 3월 부산 영도구 봉래1구역(1236가구)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영도구 봉삼2구역 재개발(1264가구) 시공권도 따냈다. 금성백조주택도 1981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경남 사천시 동금동 주공아파트(617가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처럼 대형사들이 '독식'하던 정비사업에 중견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최근 부동산 훈풍이 지속되면서 지방 주요도시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견사들이 그동안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을 크게 늘리면서 이뤄놓은 이미지 개선도 한 몫 했다는 평이다.
 
A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정비사업은 '메이저 브랜드'라는 장벽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중견사들의 실적이 크게 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올랐고, 입지와 설계도 받쳐주면서 '굳이 메이저 브랜드가 아니어도 된다'는 수요자 인식 변화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사들이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중견사들이 지방 공략에 나섰고 빠른 사업추진을 원하는 정비사업 조합의 입맛을 충족시킨 것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대형사에 비해 시공비 부담이 적고 조합원들이 우위에 선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중견사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B건설 관계자는 "정비사업장 중에서 이전에 대형사와 사업을 진행하다가 시공비 등 갈등으로 중견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곳도 있다"며 "중견사가 대형사에 비해 사업비도 저렴하고 사업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진출은 중견사들의 사업다변화로 인한 성과이기도 하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로 대규모 택지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주택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온 중견사의 전략 변경이 필요해진 것이다.
 
실제로 반도건설은 3년 전부터 정비사업 전문가를 영입, 7~8명 규모의 전문 수주팀을 운영해오면서 작년부터 두드러진 수주성과를 내고 있다. 우미건설 역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도시개발팀을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중견사들의 수주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며 "가격경쟁력 등을 내세운 중견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진출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건설사들이 중심이 됐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중견건설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공덕18구역.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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