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납치와 감금, 성폭행 등 박해를 받아온 케냐 여성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단독6부 하태헌 판사는 40대 케냐 여성 A씨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진술에서 모순된 점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A씨 주장이 사실일 경우 박해의 정도를 고려해 볼 때 A씨에게 난민 자격을 줘 새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납치돼 성폭행 당한 후 외국으로 팔려나갔다는 사실이 공개될 경우, 케냐의 현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 될 수 있다고 보인다"면서 "A씨가 케냐로 돌아갈 경우 이런 사실 공개를 우려한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들과 함께 케냐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경유지였던 인천공항에서 도망쳐 나와 난민인정을 신청을 했으나,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남편이 현 케냐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실종됐고, 이후 남편을 찾기 위해 A씨처럼 남편이 실종된 다른 부인들과 함께 단체를 조직해 행방을 찾던 중 정부측 사람들에게 납치돼 감금되고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임신했으며, 납치범들이 A씨와 태아를 중국에 팔기 위해 홍콩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DB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