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선거구획정안 논란, 정치권 또 졸속처리하나

획정위, ‘농어촌 대표성’에 발목잡혀 ‘게리멘더링’ 감수
‘비례대표-지역구’ 비율논란에 ‘공천룰 집안싸움’까지 겹친 여야

입력 : 2015-10-04 오후 3:09:05
독립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지난 2일 ‘농어촌지역 대표성’에 발목 잡혀 지역구 의석수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이번에도 정치권이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획정위는 내년 제 20대 4·13 국회의원 총선거 6개월 전인 오는 13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획정안을 다음 달 13일까지 본회의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워낙 커 일각에서는 예비후보자 등록신청 시작시점(12월 15일),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선거구 구역표 변경시한(12월 31일)도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0월말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고려돼야 한다 해도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며 “선거구별 인구변차 비율은 2대 1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라”고 결정했다.
 
헌재결정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 선거구 의석수는 증가하고 인구가 적은 농어촌지역 선거구 의석수는 삭감될 처지에 놓였지만 여야가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국회의원 정원을 현행 300명 유지로 의견을 모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새누리당과 지역구 통폐합 위기에 단체행동에 나선 농어촌지역 여야의원들은 국회의원 정수 300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농어촌지역 의석수를 유지하며 헌재결정을 준수하기 위해선 비례대표 정수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권은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려도 도시지역 의석수가 늘어날 뿐 농어촌 의석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다. 여기에 국회의 전문성과 갈수록 분화되는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비례대표 축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5일 회동을 갖고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등 획정안 기준마련을 재차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 간 기존 입장차가 워낙 첨예하고 여야 모두 ‘공천룰’을 둘러싼 내부갈등에 휩싸여 있기에 타협안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획정위 내부적으로는 비례대표를 축소하지 않고 내년 총선 지역구 수를 현행인 246석으로 유지하기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농어촌지역 의석수가 10여석 안팎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김대년 획정위 위원장은 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역구 수 범위) 244∼249개의 시뮬레이션을 다시 정밀하게 해 농어촌 대표성을 더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 “(현행법에) 자치 구·시·군 분할 금지원칙이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 그동안 부칙으로 보완해왔었던 만큼 (예외) 허용 폭을 넓혀서 대표성을 더 찾아낼 수 있는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에 한해 ‘자치 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최종안이 나와도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논란’이나 ‘적용-비적용 지역간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들로 획정위가 13일까지 국회에 최종안을 제출한다 해도 논란은 계속되고 여야 정치권도 최종안을 순순히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제17∼19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선거일 한 달여 앞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거듭했고 막판에 가서야 시간에 쫓겨 졸속타협으로 겨우 마무리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여야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농어촌 지방 선거구 사수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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