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하이닉스(000660)가 시장환경 여건 악화에 따라 신규 투자를 대폭 축소한다.
하이닉스는 13일 청주 신규공장(M11) 시설 투자를 3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무려 1조7000억의 비용을 줄인 셈이다. 또 이는 자기자본대비 44.5%에서 24.6%로 투자금액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투자기간도 당초 지난 2007년부터 4월에 시작해서 이달까지였으나, 이것도 오는 2011년말까지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위기에 따른 반도체 업황이 불황을 겪고 있어 경영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다"며 "낸드 시장이 회복세라곤 하지만 아직 멀었으며 이는 삼성전자 등 모든 반도체 업계가 가지고 고민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단위당 투자비용의 절감노력이 필요했고, 이천 M10 공장의 장비를 M11공장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투자축소도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하이닉스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 축소에 대한 주가 영향력은 어떨까.
주가는 일단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규모 투자 축소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조정을 알리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9시18분 주가는 전주말 대비 1.68%(250원) 하락한 1만4600원이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의 하락폭 1.24%보다도 큰 폭 조정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하이닉스의 신규투자 축소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 볼 땐 돈이 넉넉하지 않은 하이닉스가 약간 몸을 낮춤으로써 시장 상황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땐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이 좋아질 때 그만큼 따라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김현중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규투자 축소는 낸드 반도체시장의 경기 상황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며 "주식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낸드 시장이 회복세에 있는 만큼 하이닉스가 향후 신규투자 축소로 낸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낸드 업황이 좋아지는 시기에 하이닉스가 공급량을 늘려 이를 망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원가경쟁력이 없는 하이닉스가 공급을 늘려 낸드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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