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청소년의 언어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나친 축약과 외국어와의 조합이다.
가장 많이 차지하는 표현이 욕설 등 비속어와 은어인데 인터넷이나 온라인 게임 대화방에서 욕설을 제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욕설(18.9%), 은어(10.2%)의 표현을 할 때는 온라인상의 제제를 피하고자 ‘ㅅㅂ’(시발의 줄임말), ‘ㅈㄱㄴ’(제목 곧 내용)과 같은 초성을 주로 사용했다.
초성만을 사용하거나 단어 또는 문장을 축약하기도 하며, 국어와 외국어를 조합 하는 등 변형 방법 역시 다양했다.
대부분 10대가 아닌 성인이 볼 때, 은어나 문장 전체를 보더라도 의미를 해석할 수 없는 표현이다.
이들 은어는 친구, 이성친구 등이 주 대상이나 특정 지칭 대상 없이 사용하는 내용이 절반을 넘어 단순한 소통목적이 아닌 일상적 용어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조사 대상 중 ‘노잼’(No+재미, 재미 없다라는 의미의 합성어)이라는 은어가 포함된 게시글만 23만9216건을 차지했다.
주로 영화, 만화, 게임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사용됐으며, 자신이 만든 컨텐츠에 대해 ‘노잼주의’ ‘노잼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등 겸손의 표현으로 주로 사용됐다.
19만9913건의 게시글이 조사된 ‘극혐’(극도로 혐오하다의 줄임말)의 경우 ‘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 동성애 등과 함께 많이 사용됐다.
‘솔까’(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준말, 9만2616건)는 음식, 가족, 일반남자, 일반여자를 대상으로 얘기할 때 주로 쓰였으며, 게임, 연예인,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낫닝겐’(사람이 아니다)는 영어 ‘Not(낫)’과 일본어 ‘にんげん(닝겐)’이 합쳐진 합성어로 9만211건이 조사됐다.
주로 아이돌 같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사용 대상이었으며, 동경의 의미로 소통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열폭’(6만5797건)은 본래 ‘열등감이 폭발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됐으나, ‘열이 폭발하다’라는 내용으로도 사용돼 10대 사이에서도 집단과 상황별로 용법이 달랐다.
국가나 종교, 성별, 네티즌 등 특정 집단을 지칭할 때 많이 쓰이며, 주로 사회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표현했다.
10대들의 언어 습관에 대해 전국 13세 이상 1000명에게 여론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10대들의 비속어나 신조어 사용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언어 사용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조사 대상의 52.5%가 ‘청소년들의 비속어, 신조어’사용을 꼽았다.
‘언론이나 방송에서의 저속한 표현’ 항목 역시 이 11.8%로 나타났으며,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언론이나 방송에서의 저속한 표현이 심각하다고 여겼다.
특히, ‘청소년들의 비속어, 신조어 사용’을 꼽은 연령대로 10대(13-19세) 64.8%, 20대가 63.1% 등 젊은 세대가 가장 높아 젊은 세대 스스로 청소년 언어사용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단어를 성인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세대간 심각한 괴리감도 감지됐다.
‘노잼’이라는 청소년 은어에 대해 청소년 중 92.3%가 뜻을 알았지만, 성인 중에서는 41.9%에 그쳤다.
‘열폭’(청소년 71%, 성인 35.4%), ‘낫닝겐’(10대 청소년 61.6%, 성인 13.7%) 등도 청소년과 성인의 인지도가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언어 습관으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 대상의 42.7%가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고연령으로 갈수록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청소년 언어 사용 습관의 문제점으로는 ‘개인 인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31%)는 의견과 ‘올바른 한글을 익히기 어렵다’(28.9%)는 의견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음으로 ‘다른 세대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18.4%), ‘해당 은어를 모르는 계층과 괴리감이 생긴다’(16.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