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후속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심사 순서 등에 따라 실질 경쟁률이 오르내리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해 면세점 입찰 참여기업들의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마치 상대팀의 성적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나는 월드컵 예선전을 방불케 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중 올 연말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SK네트웍스(001740)가 운영하는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 월드타워점(잠실점) 등 총 3곳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 3곳의 '합격자 명단'은 동시에 발표하지만 심사는 특허가 먼저 만료되는 곳부터 진행할 전망이다. 이 경우 다음달 16일 특허가 만료되는 워커힐면세점의 후속사업자가 가장 먼저 선정되며, 롯데면세점 본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순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심사 진행 순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지만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원칙대로 후속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특허 만료일 기준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외에 가장 공정하게 순서를 선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의 '대진표'는 나왔다. 가장 먼저 워커힐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자리를 두고 기존 사업자인 SK네트웍스와 '도전자' 신세계디에프,
두산(000150)이 경합할 예정이다. 뒤이어 진행되는 롯데면세점 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은 롯데와
신세계(004170), 두산이 맞붙으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후속사업자는 롯데와 SK네트웍스, 신세계, 두산 등 4개 기업이 모두 경쟁하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경쟁률은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이 각각 3대 1,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4대 1이지만 관세청의 심사 과정에 따라 실제 경쟁률은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특허 만료일 순서로 후속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면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하게 된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각각 다른 입지로 2곳에 복수지원했기 때문에 한 곳의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다음 입찰에서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세계와 두산은 각각 본점과 동대문 두산타워 등 1개 장소를 입지로 3곳에 도전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업권을 따내게 되면 다음 경합에서는 제외된다.
이에 따라 매 입찰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 심사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수성전에 성공하게 된다면 마지막 남은 롯데 월드타워점의 경쟁률이 높아진다.
가장 큰 변수는 첫번째 경합인 워커힐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이다. 여기서 SK네트웍스의 수성전 성공여부에 따라 뒤이어 진행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SK네트웍스가 가장 먼저 후속사업자를 선정하는 워커힐면세점을 지켜낸다면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쟁률은 여전히 3대 1로 남게 된다.
이 상황에서 롯데면세점도 두번째 경합인 본점 수성에 성공한다면 마지막 격전지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경쟁률은 4대 1로 가장 높아진다. 신세계와 두산이 그대로 남아있는 데다 SK네트웍스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후속 사업자 운영권 입찰에 동대문 케레스타를 입지로 한차례 더 도전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워커힐면세점 후속사업자 선정에서 SK네트웍스가 아닌 신세계 혹은 두산이 사업권을 따낼 경우 다음 입찰인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합에는 참여할 수 없게돼 이 자리의 경쟁률은 2대 1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SK네트웍스가 워커힐면세점 운영권을 놓치고, 롯데면세점도 본점을 잃게 된다면 마지막 입찰인 월드타워점의 경쟁률은 2대 1까지 줄어들 수 있다. 롯데면세점 본점 경합에는 SK네트웍스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세계와 두산이 각각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의 후속사업자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남은 밥그릇 싸움'이 진행될 전망이다.
업체마다 셈법은 다양하다. 롯데면세점은 기존 사업장 운영권 지키기에만 나섰다. 자칫 욕심을 부렸다간 '독과점' 논란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평가점수는 높게 받을 자신이 있지만 이번 입찰전에서 2곳의 사업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 자체가 자칫 독과점 프레임에 휩싸인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진다.
SK네트웍스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난 여름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동대문 케레스타 카드를 한장 더 꺼냈다. '과녁'은 가장 마지막에 심사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후속사업자 자리다. 가장 먼저 심사받는 워커힐면세점을 지켜내지 못하더라도 맨 마지막 입찰전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질 수 있어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신세계와 두산도 각 기업의 자존심을 걸고 가장 자신있는 지역을 입지로 삼아 도전에 나선다.
한편 관세청은 늦어도 다음달 중 이번 시내면세점 후속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입점한 롯데월드몰. 앞서 심사가 진행될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의 입찰 결과에 따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후속사업자 선정 경쟁률이 요동칠 전망이다. (사진제공=롯데물산)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