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한국씨티은행이 2014년도 임단협을 타결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은행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지방은행 몇 곳만 남게 됐다.
이들 은행들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해 마련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애쓰고 있지만, 노사 간 내부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제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SC은행과 부산, 대구,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3곳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먼저 SC은행은 임단협과 노사협의회를 함께 거치면서 임금피크제 조건을 노측과 논의하고 있다. 다만 금융노조 산별교섭의 결과가 나온 후에 내부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라 노측과 사측 간 대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양측간 쟁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년 나이 부분이다. 노조는 만 57세를 밀어붙이고 있으나, 사측이 만 55세로 맞서고 있다. 다른 은행 사례를 보면, 정년 57세는 농협과 수협이, 55세는 국민과 하나은행이 각각 적용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방은행들 또한 연내 임금피크제 도입을 목표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방은행 노조 측이 시중은행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맞서고 있어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DGB금융그룹의 대구은행 노조 관계자는 "정년 연장 법제화란 취지에 걸맞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사측이 시중은행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서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측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을 모니터링해 왔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다들 임금피크제 자체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부산은행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 올해 안에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의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사측과 노측이 제시한 임금 액수가 엇갈려 협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타협하고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시행하기 위해 노조와 조율하는 중"이라며 "그러나 급여 수준을 놓고 밀고당기기가 지속되고 있어 기간을 4년 혹은 5년으로 정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은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는 한데, 복지 부분에서 의견이 엇갈린 데다 여러 가지 다른 사안들이 얽혀있어 임금피크제 안건이 뒤로 밀려난 상황이다.
앞서 국민과 KEB하나, 신한, 농협, 기업 등 주요 은행들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지난 6일에는 한국씨티은행도 임단협을 성사시키고 임금피크제 대열에 합류했다. 지방은행 중에선 JB금융지주 산하의 광주은행, 전북은행과 BNK금융지주 산하 경남은행등이 있다.
한편, 금융노조 관계자는 "35개 지부에서 10개 제외하고 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며 "아직 임금피크제를 도입 안 한 은행들이 몇몇 있지만, 씨티은행의 임단협 타결은 다른 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