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에릭슨 회장이 직접 15억불에서 20억불을 투자하겠다고 최시중 위원장에게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 14일자(현지시각) 보도에 대한 서병조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정책실장(차관보)의 해명이다.
14일 파이낸셜타임즈 아시아판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은 자사의 대규모 투자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한국 투자에 대해 아무런 확약을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발표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방통위는 지난 10일과 11일(현지시간)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이 스웨덴을 방문중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향후 5년간 15억불, 한화로 약 2조원 규모로 한국에 LTE 방식의 4세대 이동통신 관련 투자 의향을 밝혔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FT의 보도내용을 확인하고, 국내 언론에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등 파장 진화에 동분서주했다. 관련업계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에릭슨의 본격적인 언론플레이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에릭슨 투자'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기 이전부터 에릭슨이 투자를 미끼로 한국의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관련 업계는 4세대 LTE 상용화 일정 지연을 우려한 에릭슨이 대규모 투자 의향을 내비치며 국내 순수기술인 와이브로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 '4세대 주파수 할당' 등의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 와이브로가 아닌 LTE를 국내에 정착시키겠다는 고도의 술수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이병기 방통위원은 앞서 에릭슨의 투자발표에 대해 "와이브로 지연작전이기 때문에 에릭슨의 홍보전략에 넘어가면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외국계 기업인들은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해 정부발표를 뒤집은 인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FT보도에서 에릭슨 회장의 한국투자 건에 대해 정면 반박한 인물은 다름 아닌 비욘 알덴 에릭슨코리아 사장으로 에릭슨 재팬(일본) 사장에게 한국내 모든 업무를 보고하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에 글로벌기업의 한 한국지사장은 "에릭슨 정도의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지사장이 (파이낸셜타임즈같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자사 회장의 발언을 뒤엎을 정도라면 본사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 지사장 단독으로는 그런 인터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에서 인터뷰는 본사차원의 관리를 받는 부분으로 공식적인 지침에 따른 발언 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한편, 청와대는 관련회의를 거쳐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대한 반박자료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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