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콘서트를 열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인 7일 오전 11시, 서울 이화여자 대학교 삼성홀은 어느새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시킨 뒤 뒷정리를 하고 잠깐 틈이 나는 시간인 11시, 약 700여명의 여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박경림의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생활 시즌2' 포스터. 사진/KOEN
박경림의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생활 시즌2 -잘 나가는 여자들'('여자의 사생활')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700여명의 여성들과 함께 막을 열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진행된 '여자의 사생활'은 20대부터 70대까지 주부만을 타켓으로, 여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전 연령층 여자들에게 공감을 산 공연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경림을 보기 위해 나선 관객이 적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공연이다.
"저희가 준비한 립스틱을 당장 바르세요. 여자들 매번 선물 받으면 '엄마 줘야지', '시어머니 줘야지' 이러는데, 그러지 말고 자신의 입술에 바르세요. 남편, 애들 선물 사고 나면 내 것은 늘 미루게 됩니다. 오늘만큼은 당신을 위해 립스틱을 바르세요."
박경림의 말과 함께 시작된 이 콘서트는 2시간 4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남편과 아이들에게 치이고 힘들어하는 여자들의 스트레스를 한껏 풀어줬다. 박경림이 준비한 다양한 무대와 이벤트는 주부 관객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시즌2를 기획하면서 "여자들이 진정 원하는 건 집을 나가는 것"이라는 해답을 얻었다는 박경림은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 며느리로 살고 있는 주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박경림이 준비한 콘텐츠에 웃음 짓고 춤을 추고 또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속에 쌓인 감정을 풀어냈다.
박경림-송승헌-윤도현(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등 박경림 토크콘서트 '여자의 사생활' 현장. 사진/KOEN
이 콘서트의 장점 하나는 훌륭한 게스트다. 지난해에는 정우성, 옥택연, 최진혁, 장혁 등 미남 배우들이 총동원됐다. 올해에는 주부들이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 송승헌은 무대 중간에 깜짝 등장해 마치 팬미팅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에는 YB의 보컬리스트 윤도현도 현장을 찾아 '사랑했나봐'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로 콘서트의 열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사연을 직접 받아 아픔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가족사진을 찍자고 해도 무심하게 틱틱대는 남편 때문에 속상한 A씨, 아내보다는 친동생을 먼저 생각하는 남편에게 서운한 B씨, 가출을 해도 갈 곳이 없어 공원과 찜질방을 배회하거나 모텔을 찾기도 한 서글픈 C씨 등 가슴에 담아뒀던 슬픈 사연으로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고 위로했다.
내가 겪고 있는 부침을 남도 겪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곳곳에서 눈물을 짓는 이도 있었다. 눈물을 흘린 한 여성은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최근 들어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 더 생겨났다. 콘서트를 보면서 또 엄마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경림은 신나는 음악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여자들이 집을 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간이 갖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 박경림은 '착각의 늪', '런투유', '삐딱하게' 등을 열창하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관객들은 울분을 토해내듯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여자의 사생활'은 연예인이기 전에 하나의 주부이기도 한 박경림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더 즐거운 기분을 주기 위해 고민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2시간 40분이었다.
'여자의 사생활'은 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