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폭과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를 방침을 밝혔지만 당장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들이 이달중이나 올 연말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다른 은행 분위기를 보고 최대한 늦게 적용하는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필두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계획을 내놓았다.
먼저 우리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모두 1.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던 기존의 구조를 깨고 가계 담보대출에 1.2%, 가계 신용대출에 0.7~1.0%, 기업 대출에 1.30%를 각각 부과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적용 시점은 불명확하나, 최소한 연내에는 관련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본부점에서 개인대출 상담을 받는 시민들이 창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또한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폭과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로 진입했다"며 "기업과 가계 양쪽 부서가 작업하고 있어 수수료 종류가 두 개로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또한 인상 폭과 도입 시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연내 수수료 인하를 목표로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월에 수수료 인하 조치를 취했다.
다만 지방은행 중 기업을 상대로 최대 2%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부산은행은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 여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현행 수준을 이어갈 방침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낮은 수수료를 매긴다면 검토해볼 여지는 있겠지만, 현재까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달 14일 정무위원회 국감 때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저금리 대출로 바꾸려는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리 인하 시기에 중도상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적정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일부 은행권 인사는 수수료 인하 요구에 부응하긴 하겠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근저당설정에 들어가는 부대비용, 인지세, 담보평가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어 중도상환 수수료는 이미 저렴한 편"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낮아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은행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