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내겠다’고 공언,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극한 대립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등 이르면 오는 12일로 예상되는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 공식발표에 앞서 당·정간 의견 조율을 가졌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인사말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에서 올바른 역사 교육은 국가 존립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며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사교과서가 좌파세력의 이념도구로 악용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좌편향 역사교과서는 계급투쟁론에 근거한 민중사관을 아이들에게 교묘하게 주입시키고 반한, 반미, 친북성향의 기술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국민주권에 근거한 우리 헌법 대신 민중주권에 근거한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색깔론을 거론했다.
김을동 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장도 “국민통합의 구심점이 돼야할 역사교육이 다양한 역사관이란 미명 하에 방치된 채 편향, 왜곡된 교육이 난립하는 것은 국가적 큰 손실이고 위기”라며 “비정상적인 역사교과서가 더 이상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잘못된 국가관을 주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위 위원인 조전혁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사쿠데타를 했다”며 “‘대한민국 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실패한 역사’라고 폄하했는데 그런 사관이 7개 검인정 교과서에 오롯이 녹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그런 사관을 배워야 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를 마치고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당에서 여러 의견을 제시했고, 황우여 부총리와 교육부 측은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당의 입장은 국정화지만 교육부는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사항은 교육부 차관의 전결사항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겠다. 구체적으로 잡힌 추후 일정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교과서 국정화 여부는 국회의 법 개정 사항이 아닌 정부의 시행령 수정으로도 가능하다. 즉 정부여당이 강행할 경우 야당으로서는 속수무책이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장외투쟁, 주요 법안 및 예산안처리 연계, 황 부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등이 거론된다.
새정치연합은 오후 4시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원내대표단과 도종환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어 문재인 대표도 직접 비상최고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전력 대응 태세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장외집회를 비롯해 (국회) 보이콧을 저희들이 굉장히 자제해왔지만 이것은 국민적인 측면에서 어떤 것보다 강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어떤 절차도 다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표도 10일 트위터를 통해 “역사통제를 통한 영구집권 야욕은 오히려 국가와 정권을 패망시켰을 뿐”이라며 “역사 국정교과서는 OECD 국가 중에 없다. 나치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이 했고 북한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신독재때만 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교육부가 국회 교문위에 제출한 ‘2015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현황 보고’에 따르면, 정부가 국정화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하면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에 교과서 제작을 위탁하고 제작된 교과서는 오는 2017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 배포된다.
즉 국정 한국사교과서 제작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1년여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나 무더기 오류가 발견됐던 교학사판 국사교과서도 제작하는데 2년 반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졸속·날림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여기에 상당수의 일선 역사학자·교사들이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집필거부 운동을 예고해 집필진 구성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정상화추진 당정협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