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에 따르면 IMF는 2015년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세계경제성장률을 2015년 3.1%, 2016년 3.6%로 발표했다. 이 전망치는 하방위험의 증대하는 압력을 반영해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2%p 낮춘 것이다.
WEO가 주목하는 하방위험은 ▲중국 경제의 구조전환 진행으로 인한 저성장 ▲원자재 가격의 하락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 등이다.
IMF의 발표를 액면그대로 보면 성장률로만 따질 경우, 2014년 세계경제성장률이 3.4%이므로, 세계경제가 2015년에는 약간 악화되었다가 2016년에 0.5% 개선될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IMF가 2014년 1월에 처음 발표한 2015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0%였으나 2014년 10월에는 3.8%로 하향조정 됐고, 2015년 10월에는 3.1%로 재차 하향됐다. 2016년 세계경제성장률도 비슷한 조정과정을 거친다면 3%에 미달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IMF는 매년 10월 전망에서는 다음 해 성장률을 높여 놓으면서 동시에 하방위험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듬해 1월, 4월, 7월, 10월 수정보고서를 통해 하방위험 증대를 이유로 점차적으로 성장률을 낮추는 ‘꼼수’(?)를 연례적으로 반복해 오고 있다.
더구나 IMF는 WEO와 더불어 같이 발표하는 세계금융안정 보고서(GFSR)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을 고려했을 때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전망이 3%에 미달할 수 있음을 사실상 경고하고 있다.
특히 GFSR이 주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자산시장의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로 ▲시장의 신뢰 상실 ▲통화정책 정상화의 연기 또는 실종 ▲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의 돌발적 표출 ▲무질서한 채무 감소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신용 사이클의 축소 등의 이유가 거론된다.
이러한 사태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금리인상이 도화선이 될 수도 있으며, S&P나 Mood’s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신흥국가·기업들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의해 촉발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도화선은 현실화되는 시점만 불확실할 뿐 예정된 일이라는 점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의 금융위기 발생 여부는 국제금융시장의 반응 여하에 달려 있는 모양새다.
IMF 금융안정 책임자인 José Vinal은 인터뷰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은 신용 사이클의 끝물에 있다. 약 3조 달러의 과잉차입내지는 초과 신용공급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즉 이미 기름(과잉 유동성)이 세계 금융시장에 각국의 금융완화(QE)를 통해 가득 부어져 있는 것이다. 과연 도화선에 불이 붙기 전 이 넘쳐흐르는 기름이 안전하게 회수될 수 있을까.
만약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세계금융시장은 선진국 자본유출이라는 ‘금융 쓰나미’를 겪을 것이며, 몇몇 신흥국가들은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12월에 겪은 외환위기를 고스라니 겪을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이후 성장의 역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신흥국 경제권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며, 이 상처를 회복하는데 또 다시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신흥국가들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무역시장의 위축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세계 전체의 수요 부진에 의한 성장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José Vinal은 “굳이 극단적인 가정을 쓰지 않고 위험 스프레드의 상승만으로도 신흥국 경제들의 기업 도산이 증가할 수 있고,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세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성장의 시계는 뒤로 갈 수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성장률이 2%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이 세계 경제에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긴 7년간의 장기침체국면을 초래했다. 선진국들은 간신히 회복국면에 진입했지만 신흥국 경제는 성장 둔화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현 상황에서 신흥국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세계 경제의 이분구조는 더욱 악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장기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 요구되는 해답은 무엇인가? 정부는 S&P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나 경기의 일시적인 호전 양상에 연연할 일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 위험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응전략을 모색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현 정부는 물론 다음 정부조차도 세계경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단기대책으로 허우적대다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심각성과 관련, 국민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설득이 필요하다.
즉 1998년 외환위기때와 같이 대국민설득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역동성 회복을 위한 깊은 수준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때, 단순히 4대 개혁을 넘어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대응한 한국경제 재구성 작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사진/국가미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