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에 은행들이 줄줄이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은행연합회가 사면초가의 신세에 빠졌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신설기관으로 조직의 절반을 떼어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현재의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강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신용정보집중기관 사원 가입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은행 12곳, 생명·손해보험사 8곳, 카드·증권사 6곳, 상호금융사 등 기타 6곳 등 대부분 신청서 제출을 완료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이들 32개 금융사를 상대로 신용정보집중기관 회원사 가입 설명회를 갖고 이날까지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부 결재 등의 문제로 서류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있어서 오늘 신청접수를 다 받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금융사 대부분 가입 신청서를 내겠다고 답변을 줬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 등 타 금융협회들이 금융위가 주도하는 설립안에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신한은행 등 회원사 은행들이 줄줄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은행연합회는 사면초가의 신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사안을 거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은행 회원사들도 금융위 신설안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통합사무국 명의로 밝힌 집중기관의 설립비용과 내년 운영예산은 각각 25억원, 413억원이다. 이중 은행들의 분담금은 60%에 달한다. 반면 은행의 의결권은 37.5%(12개사)에 불과하다.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은 은행연합회가 빠진 채로 절름발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추진해왔다.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여신협회·생보협회·손보협회 등 5개 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관리하던 신용정보와 보험개발원 일부 정보를 신설 신용정보기관에 맡겨 통합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추진하는 안이 진행되면 은행연합회의 80여명의 신용정보 전문인력이 신설기관으로 이직해야 한다. 전체 직원 수(170여명)의 절반 가까이 신용정보집중기관에 내줘하기 때문에 은행연합회로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가 동의를 하더라도 직원들이 신설기관으로의 이직을 거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해결이 쉽지가 않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직원 80여명이 이미 노동조합에 이직 거부 의향서를 제출했다"며 "금융당국이 절충안에 대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연내 설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김형석기자 yong@etomato.com
◇임종용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사단법인으로서 은행연합회 산하기관으로 만들자는 국회 방침을 준수한다"며 사실상 신용정보집중기관 신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