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힘입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은행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됐던 정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해외 사업을 둘러싼 기대감은 더 커졌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 협상이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통신, 지적재산권, 경제협력, 법률, 전자상거래, 동식물 위생 및 검역(SPS), 기술무역장벽(TBT),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금융 자유화에 대한 대화가 이어진다.
각국 협상단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각 부문 기업들과 금융권이 이번 협상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다. RCEP가 타결되면 서로 간의 규제와 관세 장벽이 완화돼 해외진출 가능성이 확대된다.
◇부산 벡스코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흥국가의 경우 각종 진입장벽으로 기업의 진입 자체가 어려운 데다 인허가를 위한 각종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복잡한 행정절차가 존재하는 데, 이런 것도 사라진다.
특히 RCEP로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이 가속화되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입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3개이며, 그중 65.4%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무 나라나 지점을 내는 게 아니다. 진출하려 해도 각 나라마다 규제와 시스템, 자본 요건에 맞춰줘야 해 간접비용이 발생한다"며 "이번 RCEP에 서로 간의 라이선스를 인정해 주는 안이 포함되면 은행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역내 다른 국가에 자유로히 지점을 세울 듯, 우리나라 은행들도 RCEP 회원국에다 얼마든지 영업점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금혜윤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지역통상팀 전문연구원은 "FTA를 체결한 국가끼리는 자율화 정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장기적으로 서비스 부문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은행의 해외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RCEP 협상 소식과 더불어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은행 해외 사업에 희소식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날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 활성화, 무엇이 필요한가'란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국내 은행이 해외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신설하려면 계획서를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사후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금융감독원은 이 계획서를 토대로 은행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관련 규제는 신흥시장에 진출하거나 공개매수 방식의 인수에 적합하지 않다"며 "은행 해외진출과 관련한 규제가 완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자산운용회사의 경우, 남아있는 규제가 개선되고 정부의 간접적인 지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