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아이폰6S발 시장 과열을 사전 차단하려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이폰6 대란'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법 시행 한 달 만에 조직적인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면서 종이 호랑이 격이 된 단통법에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고, 지금까지도 무용론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년 간 정부가 꽤나 골치가 아팠던 덕에 단통법은 이제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핑크빛 바람을 탄 아이폰6S의 국내 출시가 앞당겨지면서 시장에 다시 과열 조짐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6S 대란이 재발할까 불안한 방통위는 '예약판매 연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단은 지난 14일 이통 3사 임원을 소집해 아이폰 출시 경쟁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기존 16일로 예정됐던 이통 3사의 예약판매는 일제히 19일로 미뤄졌다. 출시일은 23일 그대로다. 방통위가 휴대폰 단일 모델을 두고 시장에 개입한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예약판매 시기엔 공시지원금 규모조차 공개되지 않는데 이같은 결론이 나온 것은 상승하는 시장 분위기 자체를 자제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고 이통 3사는 "보다 완벽한 진행을 위해 사전예약 일정을 조정한다"고 공지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나오는 얘기가 틀린 것은 아니나 맞다 한들 어떻게 이통사가 사실대로 말하겠느냐"며 "우리는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예약판매를 미루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통법으로 시장 제어를 하면서도 방통위는 이통사 다단계 판매, 직영점 추가 지원금 제한, 결합상품 규제 등의 첨예한 이슈에서 줄곧 '기업의 자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강조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아이폰6S 경쟁 완화 주문은 이미 16일로 공지하고 영업 및 마케팅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사업자들에게도 찬물을 끼얹었고, 목 빠지게 기다리던 이용자들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아이폰 예약하려고 연차까지 냈었다"는 소비자도 눈에 띈다. 이통사와 별개로 이날 예약판매를 실시한 애플 전문 스토어 '프리스비'는 전 제품이 이미 완판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이폰6는 지난해 10월31일 금요일에 정식 출시된 직후 주말에 대란을 터뜨렸다. 이번 아이폰6S는 오는 23일 금요일 출시 예정으로 역시 주말이 관건이다. 만일 큰 혼란 없이 주말을 넘긴다면 이용자 차별과 불·편법 영업행위 완화라는 '단통법 효과'가 주목받았을 수 있다. 그러나 예약판매 축소 혹은 과열경쟁 자제 주문이라는 잡음은 오히려 단통법 효과에 대한 방통위의 불안함을 내비치게 했다.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단통법과 시장의 엇박자를 면밀히 관찰하고 하나씩 해결해야 할 주무 부처다. 특히 사후규제 기관으로서 법을 위반한 시장 주체에 대해 엄정한 제재로 다스리는 것이 마땅한 수단이다. 명백한 법 위반을 확인하고도 영업정지 시기 결정에 6개월씩 걸리면서 대란이 싫다고 출시도 안 된 단일 제품 영업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거나 근시안일 수밖에 없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