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3.1%에서 2.7%로 낮춘 데 이어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0.1%p 낮췄다.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원자재 가격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 때문에 수출여건이 안 좋아졌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행의 지적대로 우리 수출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에서 수출의 기여도가 큰 한국의 경우 수출부진은 그대로 성장둔화로 이어지고 이는 일자리 창출에 큰 장애요인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9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8.3%가 줄었고, 금년 들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러한 수출부진이 이어질 것이며 우리경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극복해야 하는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이하 김 원장)요즘 수출이 잘 안 된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신세돈 숙명여대교수, 이하 신 교수)지난 8월 수출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가 줄었는데 이는 2009년 국제금융위기(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최근 1년을 따져보면 수출 감소율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 상반기가 되면 수출 감소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 원장)수출은 부진하지만 무역수지는 계속 흑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신 교수)지금의 무역수지 흑자는 유가하락의 영향도 있지만 대부분 기계나 설비, 원자재와 같은 것들의 수입이 많이 줄고 있는 것의 영향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수입이 15%, 20% 감소한다는 것은 곧 향후 수출감소를 예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단순히 무역수지가 흑자라는 것만 가지고 우리가 즐거워 할 일은 아니다.
-(김 원장)무역수지 흑자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우리나라의 국제신용평가도 높아지고 있는데 좋은 현상 아닌가?
(신 교수)표면적으로 본다면 경상수지 흑자가 500억~600억 달러, 심지어 1000억 달러 가까이 가는 것은 외환보유고에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다 외환 보유고의 증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는 흑자라고 해도 자본계정(capital account, 국제수지표의 작성에 있어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계상하는 계정)에서는 해외로 빠져 나가는 돈이 많다. 경상수지의 흑자는 일단 바람직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반작용 또는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 원장)무역수지흑자가 현상적으로는 좋게 보이는데 구조적으로 보면 경제가 점점 더 약화되는 과정이고 길게 보면 성장세가 둔화되는 하나의 신호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신 교수)그렇다. 성장 잠재력 둔화가 수입 둔화로 나타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나는... 어떤 의미에선 ‘제 살을 깎아먹으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가 있다.
-(김 원장)수출이 연속해서 5분기 정도, 그러니까 2014년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과거에도 있었나?
(신 교수)우리가 수출 통계를 분기 별로 따져봤을 때 연속으로 감소한 가장 긴 분기가 5분기 인데, 지난 30년 동안 이번을 포함해서 딱 세 번 있었다. 남미의 외채위기가 일어났었던 1980년대 초에 한 번 있었고, IT버블이 터졌던 2000년대 초에 한 번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문제는 이번 3분기까지가 연속 5분기 째인데 만약 올해 4분기마저도 수출이 마이너스가 되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장기간인 6분기 연속이 된다. 또는 그 이상으로 수출이 계속 감소하는 최장기간의 수출 부진 기록을 세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김 원장)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신 교수)굉장히 높다고 본다. 상황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 당국이 2014년 초부터 미리미리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정부의 입장은 지금도 유가하락에 따른, 혹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일상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로 보면 거의 50% 정도 차지한다. 아무리 고용유발 효과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수출 관련 제조업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출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는 것은 지금도 수십 개의 중소기업들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한국이 진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뜻해 걱정이다.
-(김 원장)그럼 지금 수출부진이 계속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신 교수)큰 틀에서 보면 우선 세계 경제가 매우 안 좋다는 점이다. 즉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일본 엔화가 우리 수출에 불리한 저평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엔화가 달러당 80엔에서 120엔 또는 125엔까지 50% 가량 올라간 것(평가절하)이 결정타였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런 경험이 과거에도 있었다. 1995년 일본에 고베 대지진이 일어난 뒤 1996년까지 엔화는 50% 정도 절하가 됐었다. 정확히 달러당 80엔에서 120엔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그 후 2년 안에 우리가 IMF 사태를 맞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에 엔화약세 특히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는 우리가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엔화 약세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했었어야 했다.
-(김 원장)엔화 약세는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고 환율효과는 보통 2년 정도 뒤에 나타난다. 그래서 당시 엔화약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을 많은 전문가들이 했는데 정부 대응은 있었나?
(신 교수)없었다. 2013년과 2014년에 엔화가 50% 약세가 되었지만, 오히려 우리 원화는 작년 10월까지 거꾸로 내려갔다. 평가절상된 셈이다. 그래서 작년 10월 달에 원화는 1달러 당 1000원까지 갔었다. 최근 들어 조금 올라 1170원인데 아직까지도 엔화 약세에 비하면, 그리고 중국 위안화의 약세에 비하면 우리 원화는 상당히 고평가 돼있다.
-(김 원장)결국 대외적인 환경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좀 아쉽다. 최근 산업경쟁력 부분을 보면 중국한테는 엄청 빨리 따라잡히고 있고 일본이나 선진국의 기술은 우리가 못 따라가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신 교수)그동안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이 한국의 주력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경쟁력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고, 지난 20년 동안은 잘 버텨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국의 리딩그룹들은 환율 문제라든지, 고인건비 문제, 노조의 경직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여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결과가 수출의 부진으로 점점 나타나는 것이다.
-(김 원장)그런 면에서 정부가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나?
(신 교수)창조경제라는 것은 군대로 비교한다면 일종의 포병이다. 한 50Km, 100Km 앞을 쏘는 그런 전략이다. 그런데 실제로 당장 중요한 것은 보병이다. 즉 세계 경제 제조업 시장에서 중국이나 일본이라는 상대방과 백병전을 벌이는 보병이 중요한데, 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들이다. 그런 기업들의 당면한 경쟁력과 설비, 기술과 인력 문제는 가만히 놔두고 창조적인 것만 자꾸 찾으려고 하니 일종의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제도 좋고 창조혁신센터도 좋지만 지금 당장 시장이 없어서 설비와 조업을 줄여가는 제조업 현장에 있는 수십만 개 중소기업의 현실 문제에 우리가 빨리 손쓰지 않으면 앞으로 수출 감소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김 원장)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가 구조조정일 것 같다. 말하자면 한계상황에 봉착한 ‘좀비기업’들은 퇴출시키고 잘 될 수 있는 기업에 그 자금을 대주면 우리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와 더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해 말로만 적극적이지 막상 행동은 소극적이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신 교수)구조조정은 어떤 분야이건, 예컨대 노동이든 금융이든 교육이든 제조업이든 이해관계가 걸린 기관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구조조정 같은 경우에는 이니셔티브를 제조업이 갖고,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지금 장애요인이다 하는 부분을 그 사람들로 하여금 계획을 세우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구조조정은 어떤 정치적인 차원, 또는 정부의 차원에서 밀어붙인다.
그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항감을 유발하고, 따라서 그것이 얼마 안가서 유야무야 되고 마는 것이다. 구조개혁이라는 것은 그것이 항상 그 중심에는 이해가 걸려있는 이해당사자가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정부의 구조 개혁은 항상 정부 또는 상황을 잘 모르는 외부인들의 주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항상 실패로 끝난다.
-(김 원장)그럼 최종적으로 수출부진과 제조업 경쟁력 저하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신 교수)우선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빨리 탈피해서 우리도 과감하게 중국이나 일본, 또는 미국과 같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이 있어야 한다. 또 지금 40만~50만개의 등록법인화 된 중소기업 중에서 수출기업들이 굉장히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들에 대해 설비 현대화와 고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인력 체제와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체제가 결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창조경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만 이런 작업들은 한 두 해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한 두 정권에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긴 안목을 갖고 지금부터 계속해서 대책을 추진해나가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5년 뒤인 2020년대에 수출은 지금보다도 상당히 줄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우)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좌)가 팟캐스트 방송 ‘김광두의 돋보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가미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