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항문을 찌르는 장난인 이른바 '똥침'도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는 7세 여자 아이에게 똥침을 찌른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로 기소된 이모(6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A양은 여자 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이씨로부터 기습적으로 신체 접촉을 강제당한 것"이라며 "이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은 강요된 행위이고 특히 항문 주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부위"라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성적 만족을 위해 한 일이 아니더라도 초면인 여아를 상대로 불시에 두 손을 모아 항문 주위와 배를 각 1회씩 찌른 행위는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고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A양의 성장과 성적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양이 이씨를 노려보거나 하지 말라고 분명히 이야기하는 등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춰볼 때 이씨가 이를 그저 장난으로 생각했더라도 A양의 의사에 반한 것이기에 추행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모 도서관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해 10월 오후 3시경 지하 1층 여자화장실에서 A양이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것을 보고 항문 주위와 배를 각각 1회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씨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켰다거나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