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채권 액수를 부풀려 수조원대 허위 매출을 신고하고 수백억원 상당의 재산을 해외로 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홍석(53) 모뉴엘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는 16일 박 대표의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사기대출 수법이 불량하고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징역 2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61억8000여만원을 명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회사 직원들과 모뉴엘 명의로 3조4000억원 상당의 사기대출을 받으면서 국내 수출금융에 큰 피해를 주고 회복되지 않은 금액이 5400억원이 넘으며 상환능력 여부도 불확실하다"면서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고 재산상 피해 외에도 우리나라 자본시장 시장경제와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대표의 범행으로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 또는 국가경제 발전 도모를 위해 신뢰를 바탕으로 제공되는 무역보험제도와 수출금융제도의 위축을 야기할 정도로 실질적 위험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또 "박 대표가 모뉴엘을 인수한 후 사기대출이 시작됐으나 회사를 이용해 사기대출을 하려는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실제 매출보다 항상 가상 매출이 10배가 많았으며 이를 통해 편취한 자금을 허위 회전거래 비용, 커미션 등에 사용했다는 사정을 차치하더라도 개인이 착복한 금액도 상당한 금액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는 범행의 최종 책임자이며 해외 거래처 또는 브로커와의 허위 수출거래 등 중요한 거래를 직접 결정했고 매입 행위를 통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며 "사기 대출을 직접 관리하고 이를 통해 얻은 대출금 등을 미국 주택 구입과 세금, 생활비, 로비자금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박 대표는 모뉴엘 임직원들에 대한 책임감과 기존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로 이같은 사기대출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 체류 중에 국내에서 수사가 개시됐다는 사실을 알고 국내로 돌아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뇌물공여자 등 자신의 범죄 전부를 자백하고 반성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의 사기대출 수법이 불량하고 범행 정도와 사회 파급력이 너무나 커서 범죄 내용을 기본으로 형을 정했지만 형량이 무겁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사정들을 박 대표도 잘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박 대표는 재판부의 주문이 끝날 때까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재판부의 23년이란 중형이 선고되자 방청석 곳곳에선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앞서, 박 대표는 회사 직원들과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수출대금 액수를 부풀리거나 물량을 허위로 가공해 1조2000억원대 허위 수출입 신고를 해 관세법상 가격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대표는 조작한 서류로 발행한 수출채권을 금융사에 할인 판매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수출액을 부풀려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이 금융권에서 빌린 담보·신용대출 규모는 6700억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대출받은 자금 중 약 361억원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반출하고 해외계좌로 2조8000억원을 입출금하면서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모뉴엘은 2007년 241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2000억원대까지 늘면서 '1조 클럽'에 들었지만 지난해 10월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부채가 약 7302억원으로 자산을 3배 가량 초과하는 점에 비춰 회생이 어렵다"며 모뉴엘의 파산을 선고했다.
올해 1월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기자실에서 김범기 부장검사가 모뉴엘 대출사기 및 금융권 로비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