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의 정보에 대해 유통을 제한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해당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1일 노동해방실천연대 사무처장인 황모씨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7 1항 8호와 제3항,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3조 5호 등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망, 특히 인터넷 매체는 기존 통신 수단과 다른 신속성, 확장성, 복제성을 가지고 있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유통하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크므로 이와 같은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려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본 종전의 입장을 유지했다.
실천연대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황씨는 게시글 3건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삭제해 달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요청에 불응하다 결국 기소됐다. 이후 황씨는 재판 중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재판부는 국보법 위반 내용 유통제한을 넘어 폐쇄조치와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해당조항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했다. 다만, 재판관 2명의 위헌의견이 있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정보통신망법 44조의7 제3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정보를 직접 유통한 사람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의 시정을 요구하고 취급거부 등을 통해 정보를 삭제하는 데 불과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금지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형사책임을 묻는 점, 이의신청과 의견진술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는 점,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 제공자가 정보를 삭제해도 반복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불법정보가 대량으로 게시하는 사태가 실제로 흔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웹사이트 페쇄 등을 제외하고 달리 적절한 대처방법이 어려운 상황 등을 종합하면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김이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행정기관의 판단으로 정보통신망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어 인터넷 정보유통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더라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제한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더구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전문성·독립성을 감안하더라도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진보넷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회원들에게 웹호스팅 서버를 제공해왔는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진보네트워크센터로부터 계정과 서버를 제공받아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게시판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북한정권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했다.
이에 경찰청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사실을 통지하면서 한총련이 만든 웹사이트를 이용 해지해줄 것을 요청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웹사이트 이용을 해지하라는 내용으로 진보네트워크센터에 시정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정이 되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진보네트워크에게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3항을 근거로 웹사이트 폐쇄를 명령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계속 중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담당 재판부에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