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평행선만 달린 청와대 5자회동…“왜 보자고 했는지”

박 대통령 “국민통합 위해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 필요”
문재인 “상식과 동떨어져, 거대한 절벽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
김무성 “예의 지켜가며 이야기, 정국경색 없다”

입력 : 2015-10-22 오후 8:57:55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22일 청와대에서 약 110분간의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간극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회동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박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건네면서 “언론에서 보니까 우리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았다”며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으신 건가”라고 물었다. 원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 이름에 ‘종’ 자가 들어가고 제 이름에는 ‘유’ 자가 들어간다. 그래서 19대 국회가 이번이 마지막 회기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자, 심지어 이런 구호를 만들자고까지 했다”고 화답했다.
 
또 박 대통령이 “하여튼 서로 잘 통하시면 그만큼 나라 일도 잘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하자, 문재인 대표도 “국민들께 함께하고, 웃는 모습 보이고 뭔가 이렇게 합의에 이르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분위기는 일변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각 당의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를 했는데 거의 토론 수준으로 진행됐다”며 “1시간 50분 중 교과서 얘기를 30분가량 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이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차 문 대표가 “국민들은 국정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반대한다”고 주장하자, 김무성 대표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참고 있는데 그만 하라”면서 “이제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와 역사학자를 비롯한 전문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그 외에 박 대통령은 최근 미국 순방 성과를 자세히 설명했고 ▲노사정 대타협에 기초한 노동개혁 입법 마무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법안 처리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등을 여야 지도부와 논의했다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날 청와대 5자회동 이후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고, 국회로 돌아온 여야는 각각 브리핑을 갖고 회동결과에 대한 명확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역사인식이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면서 “한마디로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라고 혹평했다.
 
문 대표는 “모처럼 회동을 통해서 국민께 아무런 희망을 드리지 못해서 송구스럽다”면서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일치되는 부분이 안타깝게도 하나도 없었다. 딱 하나 일치된 부분이 있었다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이었다”고 전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마치 국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섬에 다녀온 느낌이다. (박 대통령이) 냉장고에서 더운 밥을 꺼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같은 교과서를 놓고 해석이 다르고 해법이 다르고 법안에 대해서 또 서로 해석이 달라서 뭐 저도 (문 대표와) 비슷한 걸 느꼈다”면서도 “우린 여당이니까 이걸 풀어야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회동으로 정국경색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것 때문에 경색될 일은 전혀 없다”면서 “아주 진지한 논의 속에서 서로 예의를 지켜가면서 얘기했다”고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완전한 합의는 이끌지 못했지만 정국을 보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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