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가 음원 사재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잠시 묻혀있던 공공연한 비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음원 사재기는 음원 차트 순위 조작 등을 목적으로 디지털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를 비정상적으로 늘리는 행위를 뜻한다.
브로커들은 다수의 ID를 만들어 음원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사재기를 한다. 음원 사이트들은 비정상적인 ID를 걸러내는 필터링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등 브로커들의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기획사 또는 가수는 음원 사재기를 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 억의 돈을 건넨다. 이 때문에 일부 음반 제작자들은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해 사재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요계에선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유가 뭘까.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 1곡을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12원이다. 음원 사이트가 제공하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음원 가격은 더 떨어진다. 6원 수준이다. 노래 1곡을 만드는 데 투자한 돈과 노력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중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음원 수익 중 유통사의 몫이 40%다. 나머지 60%를 제작자 44%, 저작권자 10%, 실연자 6%의 비율로 나눠갖는다. 6원의 수익이 발생하면 실연자인 가수에게는 0.36원이 돌아가는 셈이다. 노래 1곡이 1만 번 재생이 되면 가수들은 3600원을 번다. 밥 한 끼 값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들이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행사에 섭외가 되려면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야 하고, 그러려면 음원 차트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기획사 또는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음원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투자해 사재기를 하면 차트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음원 차트 성적은 행사 출연료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음원 사재기는 죄 없는 음악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다. 하지만 "내가 했소"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는데다가 구체적인 증거를 잡기 힘들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야말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업계와 관련 부처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해욱 문화체육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