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핵심감사제 도입…혼란만 부추길 것

핵심감사제 도입해도 감당할 회계법인 몇 곳 안돼
총공사예정원가 정확한 추정 어려워…투자자 혼란 가중

입력 : 2015-10-28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정부가 핵심감사제(KAM) 등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도입키로 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심감사제를 받아들일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데다 장기간 침체로 인해 건설업계의 체력이 방전된 만큼 도입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총공사예정원가 정기 공시 등 다른 방안들이 도입될 경우 오히려 투자자들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에 조선사와 건설사에 핵심감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핵심감사제를 내년부터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에 먼저 도입하고 2018년부터 전체 상장사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회계감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서술하는 제도로 회계업계에서는 '중요 감사사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설업, 조선업 등 수주산업에 대해 재무 위험 등 핵심 정보를 투자자에게 미리 알려 투자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핵심감사제와 함께 건설·조선산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청구공사금액의 분기별 공시 및 감사, 총공사예정원가 정기 공시 등도 이번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의 의도는 인정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물론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 업계라는 데에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우조선해양(042660) 사태에 이어 분식회계 논란이 있었던 대우건설(047040), 그리고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어닝쇼크 사태까지 연이어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업계는 핵심감사제도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핵심감사제는 현재 선진국 중에서도 영국, 프랑스 등 일부 몇개 국가에서만 도입하고 있고, 이를 감당할 만한 국내 회계법인 시장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감사인이 해당 기업의 재무위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제도나 법의 개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는 데 무리라는 것이다.
 
최근 건설, 조선업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미청구공사금액과 총공사예정원가의 공시에 대해서도 혼란만 더 해질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수주산업의 특성 상 프로젝트 대금을 한 번에 받지 않고 단계별로 나눠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상적인 미청구공사금액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공사예정원가의 경우 원자재의 환율이나 해당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이 커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공개한 정보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원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철강, 시멘트 등 원자재 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핵심감사제(KAM) 등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도입키로 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아파트 한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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