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2012년 7월 구속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2013년 9월9일 만기 출소한 뒤 약 2년 2개월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포스코로부터 군사상 고도제한으로 중단된 공장 증축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측근이 만든 기획법인 3곳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금품을 챙긴 이 전 의원을 제3자뇌물수수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지역사무소장과 친척 등 지인이 세운 업체에 용역을 제공하도록 해 총 26억원 상당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은 2009년 8월 1조원 이상이 투입된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고도제한을 위반해 중단되자 현역 국회의원이면서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에게 청탁을 했다.
이 전 의원은 국방부 등에 국방부 등에 포스코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포스코에 3개 기획법인을 통해 측근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그 대가로 2009년 12월 이 전 의원의 포항지역사무소장 박모(57)씨가 포스코켐텍 외주업체 티엠테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급여와 배당금 등 명목으로 약 12억원을 지급했다.
이 전 의원은 기존 외주업체의 물량 전체를 티엠테크로 몰아줄 것을 요구하고, 정 전 회장은 해당 업무가 전문적인 점을 감안해 포스코켐텍 지분 일부를 박씨에게 주되 실제 운영은 포스코켐텍 직원을 퇴사시켜 티엠테크 운영을 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전 의원은 2010년 7월 지역 불교단체장과 사촌동생 등이 뉴태성을 설립해 포항제철소 창고관리 용역을, 그해 12월 지인의 사위가 원환경을 설립해 계측 관련 용역을 수주받게 하는 등 2개 업체에 총 14억원 정도를 지급도록 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09년 2월 포스코 이사회에서 정 전 회장이 단독 후보로 선정된 후 취임하는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전 의원은 2008년 12월 포스코 회장 선임을 논의하기 위해 박태준 명예회장을 직접 만났고, 이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박영준(56) 대통령실 비서관은 그해 하반기 임기가 1년 남은 이구택 회장에게 사임과 함께 후임에 대해 정 전 회장의 지지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8월 포스코 일부 임직원의 비리를 수사하던 중 이 전 의원의 포항지역사무소장이 포스코 관련 업체에 가족을 감사로 등재해 급여를 받고, 정 전 회장이 이에 관여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1일 티엠테크를, 11일 뉴태성과 원환경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달 5일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세 정치인이 포스코에 자신의 측근에 대한 특혜 제공을 먼저 요구한 권력형 비리이자 본인이 직접 이익을 취득하는 대신 측근에게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이익을 얻게 한 신종 뇌물 사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80세의 고령으로 관상동맥 협착증과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인 녹내장, 심한 저혈압 등을 앓고 있고, 수사 기간 2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 상태를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정 전 회장에 대해서는 혐의 등을 더 검토하고, 이르면 다음주 초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6일 새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