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9일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39) 과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에 대한 영사확인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55) 전 대공수사처장도 벌금 1000만원이,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이모(49) 전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와 권모(52)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도 각각 벌금 700만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김 과장의 지시로 증거를 조작한 조선족 협조자들 2명은 상고를 포기해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김 과장이 찐밍시와 유우성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해 행사하기로 공모한 후 중국 화룡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했거나 적어도 위조됐음을 알고 있으면서 공판검사 등에게 제출했고 그 배경에는 유우성을 모해할 목적이 있었다"며 "이를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국정원 직원으로서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영사인 피고인 이씨는 공식적으로는 외교부 소속 사건사고 담당 영사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국정원 소속 해외정보관으로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직무 권한 범위 내에서 공무의 일환으로써 영사확인서를 작성했으므로 각 확인서는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가 되는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첨부서류를 직접 확인하거나 교부받지 않았음에도 직접 확인하고 교부받은 것처럼 각 영사 확인서에 기재한 것은 허위공문서작성죄의 허위에 해당하고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 과장 등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씨가 2013년 8월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자 2심에서 이를 뒤집기 위해 유씨의 북·중 출입경 등 각종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국정원에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했으며, 국정원의 임무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김 과장에게 징역 2년6월을, 공범 권모(50) 과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주선양총영사관 이모(49) 영사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중국인 협조자 김모씨는 징역 1년2월, 또 다른 중국인 협조자 김모씨에게는 징역 8월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5) 처장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방어권 보장 등의 이유를 들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 과장에 대해 "공명심에 의한 범행으로 보인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해 형을 가중했다. 협조자 김씨에 대해서도 "김 과장의 지시에 따라 서류를 위조했지만, 김씨에게도 모해의 목적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또 다른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을 각각 선고해 1심보다 형을 가중했다.
다만, 이 전 처장에 대해서는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지 형사 증거를 위조한 것이 아니다"며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하고 이 전 영사와 권 과장도 같은 이유로 각각 벌금 7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