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교수를 비롯한 법조인 605명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헌법 가치 침해"라며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 등 범법조계 인사들은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기간 종료일인 2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을 하는 사람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무엇 보다도 국정교과서가 우리 헌법 가치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는 헌법 31조 4항을 인용해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92년도 헌법재판소도 국정교과서는 헌법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헌법 1조 1항과 2항을 무시하고, 몇 년 간에 걸친 국민적 논의도 없이 불과 한달만에 법률도 아닌 고시로서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 보수를 떠나 역사학자들도 엊그제 반대서명을 하고 시위했다"며 "(정부가 자신의 구미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고 독점하는 이같은 행위에 대한 반대 여론은 4·19를 연상시킬만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석범 민변 부회장은 "UN은 2013년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제사회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이며 우리 스스로 백년의 미래를 죽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상교 변호사는 "민주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어느 국가에서도 국사 교과서를 이런식으로 하는 나라가 없다"며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헌법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승현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국정교과서는 유신시대의 상징이자 파시즘"이라며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어른들 보다도) 고등학교 학생 아들·딸들이 더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전국교소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이 주최했다.
민변 관계자에 따르면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법조인 605명의 반대 의견서는 지난 3일 간 걸쳐 모아졌다. 반대 의견서에는 변호사 475명과 교수 130명이 참여했으며, 민변 등은 이들을 대표해 이날 오후 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민변 등 법조계 인사들이 2일 오전 10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방글아 기자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