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여의도 국회 ‘올 스톱’

본회의, 내년도 예산심사, 인사청문회 등 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
새정치 “국정화는 자유민주주의의 적, 박근혜 정부 독재세력과 싸우겠다”
새누리 “내년 총선 의식한 정치선동은 그만, 민생과 경제 챙겨야”

입력 : 2015-11-03 오후 4:53:23
박근혜 정부가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고, 이에 반발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날 예정된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로 맞대응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전날부터 국정화 반대 국회 농성에 돌입한 새정치연합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국정화를 공식발표하자 본회의는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각 상임위별 활동,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대신 긴급의원총회, 최고위원-교과서특위 연석회의, 교과서 국정화 규탄대회 등을 잇달아 열고 “국정화 강행은 대국민 선전포고”라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을 맹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한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표는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 박정희 유신독재, 지금의 북한 정도가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것을 지적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아니다. 독재주의자들이고, 전체주의자들이고, 국가주의자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역사학자의 90%를 좌파로 몰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다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극단주의적 세력”이라며 “이 무도한 독재세력과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회를 중단하는 것이 국민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용서해달라”며 “정부가 해왔던 잘못된 태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 대치 국면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또 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 전체명의의 규탄문을 채택하고 ▲국정화 확정 즉각 철회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즉각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야당의 반발에 새누리당은 “국정 발목잡기”,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선동”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민생과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고위 정책협의회에서 “오늘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속 시원하게 지켜봤다”며 “이제 역사교과서 정상화는 역사학계의 신망 받는 학자들과 각 분야 대표 지성인들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경제와 민생에 더욱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역사교과서 문제로 오늘 합의한 본회의조차 무산시키고 농성에 돌입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시급한 국정 현안을 미루고 정쟁에만 몰입하는 행위는 어려운 삶의 현장에 계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표는 교과서 문제를 총선용으로 생각하는 것이냐”며 “지금 교과서를 핑계로 민생이 아닌 정쟁의 촛불을 높이 들고 있는 야당은 지난 2008년 서울 광화문 한복판을 뒤덮었던 광우병 촛불집회의 망령을 다시 불러오려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선동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교과서는 그 어떤 국회의 일정과도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새누리당은 맞불의원총회를 열고 당 차원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의사를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는 120여명의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좌편향 역사세력을 강력 규탄하고 올바른 교과서로 역사를 바로 세워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정질서 수호에 앞장서겠다”며 “새정치연합은 올바른 교과서 반대 투쟁을 당장 중단하라. 올바른 교과서 만들기에 동참하고 민생현안 처리에도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및 소속 의원들이 올바른 역사교과서 관련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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