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찾아가 통장 만들어 드립니다."
새 먹거리에 굶주린 은행들이 찾아가는 서비스인 '태블릿 브랜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객 서비스 향상과 비용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데다 자산관리나 은퇴상품을 판매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 기본적인 예·적금이나 카드, 대출 업무를 처리해주는 태블릿 브랜치를 확대하거나 신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부터 '찾아가는 뱅킹서비스'인 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보인 SC은행은 태블릿 브랜치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SC은행은 고객이 원하면 은행업무 시간 이후에도 방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고객을 찾아가 서류를 받아오던 이전 서비스에서 벗어나 태블릿PC로 가입까지 한꺼번에 처리해 주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하는 직원 수를 지난해 7월 84명에서 지난 9월 740명으로 확 늘리는 등 영업 인력을 확대했다. 이 분야의 인력은 내년 6월까지 1600여명으로 늘러날 예정이다.
SC은행 관계자는 "현재 개인고객에 집중되어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 중소기업 대출상품 등 기업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내년에 추가로 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블릿 브랜치 은행 직원과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SC은행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태블릿 브랜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은행은 1만대가 넘는 태블릿PC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대학 공단과 대학 캠퍼스 등지를 찾아가 영업하고 있고 신한은행 또한 태블릿 브랜치 영업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방식으로 신영업채널을 구축하고자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 동안 수신과 전자금융, 카드업무를 시작으로 전체 영업점에서 관련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요일별로 특정지역을 찾아가는 이동점포인 '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구는 늘었지만 아직 은행 영업점이 들어서지 않은 곳이 주 타깃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태블릿 브랜치 사업에서 눈에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BNK금융그룹 부산은행은 현재 64개 영업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태블릿 브랜치를 올 연말까지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계산기, 예금 및 대출금리, 환율정보 등의 상담 콘텐츠를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처럼 은행들이 찾아가는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C은행은 지난해 7월14일부터 지난 9월15일까지 방문 서비스를 통해 예금(2만2730건)과 적금(1만8735건), 대출(1만6267건), 펀드(897건) 부문에서 고르게 성과를 올렸다.
은행에 방문할 짬이 나지 않았던 고객을 새롭게 확보한 것이다. 은행 들릴 시간도 없었던 직장인, 외출이 불편한 장애인 등 고객층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새로운 수신이 생겨나고 펀드 같은 상품 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수익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다.
비용절감에도 유리하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은행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대신 찾아가는 서비스를 늘리면 인건비나 점포 운영 비용 면에서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를 들어 직원 10명이 있는 100개 영업점이 통폐합되면 1000명의 인력이 나오는데 이들을 태블릿 브랜치 영업사원으로 돌리면 이전보다 인건비가 줄어들면서 생산성은 높아져 부가수익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말 계좌이동제를 전후해, 우리 고객은 지키고 남의 고객은 모셔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다 보니 아예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가 활성화된 측면도 있다.
태블릿 브랜치는 은행 뿐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도 득이다.
인터넷뱅킹이 생활화되면서 점점 은행 갈 일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계좌를 개설할 때는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그런데 태블릿 브랜치가 등장하면서 이젠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펀드나 방카는 방문판매법에 저촉돼 현장 가입은 어렵지만 방문해 온 직원을 통해 계좌를 개설해 놓으면 혼자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