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 정경준기자] 기아차(000270)가 2분기 실적 발표일정을 두차례나 미루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가 어닝쇼크로 돌변, 주가가 이미 반토막난 삼성이미징(108070)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닐까 일부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면서 주가도 3%대의 낙폭을 기록중이다.
특히 신뢰를 중요시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괜한 불안감을 일으켜 글로벌 기업으로써 신뢰감마저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기아차는 당초 오는 31일로 예정된 2분기 실적 발표를 다음달로 또 한차례 연기했다. 앞서 24일 예정했던 실적 발표 일정을 한차례 미룬데 이어 재차 실적발표 일정을 미룬 것.
특히 구체적인 실적발표 일정을 아직까지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주가에 반영된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회사측은 “내부사정으로 인해 (실적 발표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다”며 “아직까지 구체적 실적발표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측은 실적발표 일정을 두차례씩이나 미룬 속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중인 기아차의 노사간 협상 지연이 실적발표 일정을 연기한 배경으로 꼽고 있다. 노사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칫 ‘깜짝 실적’ 발표가 임금 협상과정에서 사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치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인 1700억원을 훨씬 뛰어넘어 3000억원 소문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깜짝 실적’은 자칫 노사간 임금 협상에서 사측을 불리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외의 실적 선방이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또 다른 증시 전문가는 ‘깜짝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없는 요인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의 경우 신차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구모델의 재고처분이 선결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센티브나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결국 손해를 보고 파는 꼴이 됐을 수도 있다”며 “연결기준으로 국내 영업이익을 깎아먹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반이 ‘깜짝 실적’을 전망하고는 있지만 앞서 삼성이미징의 실적발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우려도 감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아차의 연이은 실적발표 연기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괜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계 투자자의 경우 실적 발표 일정에서부터 내용까지 정확하고 분명한 것을 원한다”며 “외국계 투자들은 이번 일로 기아차가 ‘깜짝 실적’을 내놓더라도 오히려 찜찜하게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시 전문가도 “국내 투자자의 경우에는 매일 매일 상황을 업데이트하지만 외국 투자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며 “실적 발표가 연기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주가는 오후 2시4분 현재 전날보다 2.90% 하락한 1만5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정경준 기자 jkj85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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