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영화 '특종:량첸살인기'

입력 : 2015-11-09 오후 6:43:33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가 흥행하려면 작품의 질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내용이 흥행까지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묻히는 영화가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특종:량첸살인기'(특종)가 그런 불운한 예다.
 
이 영화는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긴박한 스토리나 고품격 유머, 장르의 변주, 배우들의 호연 등에 대해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후 3주차 61만 관객 동원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남겼다. 개봉 첫 날부터 흥행은 저조했다.
 
결과적으로 '특종'이 실패한 이유를 영화 외적인 요건에서 따져보면, 코미디 요소가 다분함에도 이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스릴러 면에서 경쟁력이 강한 '더 폰'과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인 점, 총 관객수가 가장 적다는 10월에 개봉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영화 내적으로는 티켓파워가 부족한 조정석의 원톱 주연과 다소 무거운 결말 등을 들 수 있겠다.
  
'특종:량첸살인기'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운이 진한 메시지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릴러물로, 특종과 오보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자를 통해 '진실의 의미'를 되새긴다. 진실이 속도전 속에 쉽게 묻힌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극중 사건들은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
 
특종이 오보로 둔갑하고 오보가 다시 사실이 되는 과정,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고 다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줄거리는 '진실의 의미'를 묻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초반에는 코미디 같던 장르가 이내 스릴러로 변주하고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연이어 터지지만 '진실의 의미'를 묻는 일관되는 흐름이 있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자신이 믿는 것도 또 하나의 진실일 수 있다"는 메시지는 억지스럽지 않게, 마치 질문처럼 마음에 남는다. 기사가 진실에 가까운지 검증하기에 앞서 장사부터 하려는 방송국을 통해 현 언론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는 점도 돋보인다. 또 기자를 단순한 월급쟁이로 묘사한 점은 사명감을 지닌 기자 혹은 부패한 기자로만 양분해 바라봤던 기존 영화들의 시선과 대비된다. 미련을 가진 두 남녀의 지질함을 다큐멘터리 형식에 담은 영화 '연애의 온도'로 데뷔해 각광받은 노덕 감독의 독특한 시선이 '특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폭발력 있는 코믹과 스릴러 변주
 
'특종'은 마치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구분된 스포츠 경기를 연상시킨다. 전반전이 블랙코미디라면 후반전은 스릴러다.
 
그 중 전반전에 해당되는 코미디는 올해 나온 영화 중 단연 돋보인다.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시츄에이션 코미디는 수준이 상당히 높다. 호쾌하고 활달한 이미지의 '베테랑', 코믹을 전면에 내세운 '탐정: 더 비기닝'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조정석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에서 출발해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코믹 연기로 일가견을 보인 조정석의 내공이 엿보인다.
 
후반전의 스릴러는 전반전의 코미디와 비교되며 더욱 섬뜩함을 준다. 범인이 첫 등장한 순간부터 완전히 새로운 영화로 변주하는데, 그 과정이 자연스럽다.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의 두 남자의 싸움이 강력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두 장르를 하나로 절묘하게 조합한 부분은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열연
 
'특종'의 미덕 중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조정석의 연기는 칭찬 받을 만하다. 비록 수치적인 면에서는 실패했지만, 원톱 주연으로서 손색없는 연기를 펼친다. 조정석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허무혁을 2시간 사이에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조정석뿐만 아니라 배성우, 이미숙, 김대명, 김의성, 이하나 등 주요배우들과 짧게 등장한 태인호, 백현진까지 배우진에 빈 틈이 없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특종'은 이렇듯 스토리부터 메시지, 연출, 구성, 배우들의 연기까지 영화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겨우 61만 누적 관객수를 남겼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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