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재차 불거진 성장 둔화 우려에 발목을 잡혔다. 글로벌 금융기구들은 신흥시장의 침체와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며 저마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포착되고 있는 어두운 신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 잇따라 하향 조정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2.9% 증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9월에 전망한 3.0% 성장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종전 3.6%에서 3.3%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3%에서 3.1%로 낮춘 바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6%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실제 경기 흐름이 이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우려를 키웠다. 8일 글로벌 해운사 뮐러머스크의 최고경영자(CEO)인 닐스 안데르센은 “향후 세계 성장률이 국제금융기구가 내놓은 전망치 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안데르센은 “현재 금융기구가 내다보고 있는 3%대 올해 세계 성장률이 다소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올해 성장은 이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은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트 반 아크 컨퍼런스보드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불안한 흐름 속에 묶여 있다”며 “기술과 혁신이 발달하고 있지만 더딘 투자와 공급 과잉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흥시장 침체와 달러 강세 우려 요인
이들이 글로벌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공통적인 이유는 세계 경제성장 엔진인 신흥국 경기 둔화에 있다.
지난달 IMF는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제시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5번이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신흥국 경제 둔화 우려는 중국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맞물려 있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아 중국 수출과 제조업이 부진함에 따라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캐서린 맨 OECD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무역 교류가 중국을 중심으로 둔화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수요가 더딘 가운데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의 중심이 유로존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달러화 강세도 글로벌 경제를 옥죄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흐름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9.70% 올랐다. 달러 강세는 특히 신흥국 통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약세로 이어져 신흥국의 수출 환경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예상 밖으로 개선됨에 따라 달러는 추가 강세를 이어질 것으로 봤으며 이 경우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 가치가 더 하락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 침체가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진/로이터
◇외환시장 추이와 상품 가격이 변수
다만, 전문가들은 어두운 글로벌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데르센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우려 속에서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우려되고 있지만 상품 수출국가의 피해가 있는 반면 상품 수입국가들은 일정부분 수혜가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 동력이 남아있다는 낙관론도 제기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즈(IBT)는 중국발 경제 둔화로 전세계 성장이 흔들리는 위기론이 있지만 중국의 구조적 변화로 인프라 투자와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전세계 수요 둔화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를 위협하는 요인이 결국 향후 성장 동력을 개선시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성장 둔화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명백하게 존재한다면서 선행지표 추이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특히 연내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내년까지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환율 추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향후 글로벌 성장 추이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