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예금금리가 상승하면서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혜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시중은행의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조만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혜택의 폭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대출금리 지속 하락..11개월만에 11%대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일반대출 평균금리는 연 11.49%로 지난해 11월 연 13.58%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08년 1월 집계된 연 11.9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출금리는 지난 5월 연 11.94%를 기록하며 11개월 만에 11%대로 낮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락한 것은 한은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7월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다. 5개월 연속 동결조치로 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가 6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가 자연스럽게 하락하며 대출재원 마련에 필요한 조달금리 부담이 줄어든 것이 대출금리 하락여력을 마련해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유례 없는 고금리 경쟁을 벌였던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2월 연 5.77%를 기록한 이후 줄곧 4%대에 머물러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서 뽑아내고 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상호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자수익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낮은 금리를 무기 삼아 대출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예금금리 5%대 진입 눈앞
그러나 이같은 흐름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4.94%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연 4.86%를 기록한 뒤 두달 연속 상승했다. 조만간 5%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변하지 않았는데, 예금금리가 다시 오르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경쟁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의 예금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양한 영업포트폴리오를 갖춘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시중은행의 동일한 만기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경쟁하기 위해 고금리 월급통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존의 은행 월급통장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파격적인 고금리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CMA 역습'을 막아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멍하니 손을 놓고 있다간 예금유치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 여수신 금리 동반 상승 조짐
이같은 현상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연출된 바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시중은행들은 저축은행 못지 않은 고금리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고금리 전략'을 포기할 수 없는 저축은행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파격적인 고금리 상품을 내놨고, 업계간 경쟁도 치열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8.05%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 하락 여력이 사라져 자연스럽게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저축은행의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현재 고객들이 누리고 혜택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의 금리변동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가 변수가 되긴 하겠지만, 당분간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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